[과학중심사회] 3. 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라 [중앙일보]

2003.01.22 16:41 입력 / 2003.01.22 19:58 수정

`토양` 갖추면 科技 절로 만발
실리콘 밸리도 50 내다본 투자의 결실
연구시설
지원 늘리고 핵심 인력 양성을


1990년대 전세계적으로 정보통신산업의 벤처 붐을 일으킨 곳은 미국 서부의 실리콘 밸리였다. 최근에는 바이오 벤처가 밀집한 워싱턴DC 근처의 몽고메리 카운티가 'DNA 앨리'(DNA 골목) 불리며 새로운 벤처 지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스탠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보통신 관련 과학기술 인프라 위에 설립된 것과 같이 DNA 앨리도 생명과학 연구의 요람이라고 있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근처의 풍부한 인프라 위에 설립됐다.

10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평범한 도시 근교였던 지역이 350개의 크고 작은 바이오 벤처가 몰려 있는,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으로 탈바꿈했다.

지식기반 산업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21세기에는 모험 정신을 가진 벤처 기업이 국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것이다.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벤처 기업을 뒷받침하는 과학기술 인프라의 구축이 필수다. 실리콘 밸리나 DNA 앨리가 형성되는 이유는 벤처에 적합한 과학기술 연구 인프라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
연구 인프라'라면 전통적으로는 연구를 위한 건물 시설, 그리고 기계장치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것을 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기술 정보.국가표준.지적재산권.연구지원 금융 등의 소프트웨어적 인프라와 고급 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가능한 인적 인프라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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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표준.지재권 정비 시급

정부는
그동안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인프라 투자의 축적 정도가 매우 부족하고 인프라의 요소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에서도 과학기반이 취약한 국가로 분류돼 있다.

과학기술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인프라라 하겠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적재 적소에 인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은 과학기술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이다.

최근
이공계 지원 학생수의 급감에 따른 양적 부족과 질적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인력 수급에 문제를 일으킬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공계에 진학하는 학생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는 고급 연구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의 핵심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연구를 기획하는 역할에 가장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고,이러한 핵심 인력은 이제 국내에서 양성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태동기라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1세대 핵심연구자는 거의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의 국제적 위상을 확립하는 공헌했다.

그러나 선진국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양성된, 그러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핵심 연구자를 배출해야 한다.

미국.일본도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과학기술 후진국으로서, 당시 선진국이던 영국.독일 등에 유학을 시켜 핵심연구자를 양성하였으나 후에 자국 내에서 핵심연구자를 육성해 과학기술 선진국이 됐다.

그러면 국내에서 우수한 2세대 핵심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가장 우수한 학생을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하도록 유도하려면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다.

국가장학생으로서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연구비도 제공하고 대학원의 지도 교수를 일정 지역 내의 어느 대학에서라도 선택할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산업체.정부.대학에서 핵심연구자로서 우리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과학기술 엘리트가 것이다.

우리나라 인력 인프라의 다른 문제점은 연구를 지원하는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연구팀에는 지원 인력이 있어 연구원은 연구에만 몰두할 있도록 하여 연구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연구소조차도 연구지원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따라서 적정 수의 연구지원 인력을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들은 연구에 기여할 아니라 결국 제조업의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과학기술에 국가적 투자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과학기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상당히 이뤄졌으나 비효율적인 면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의
인프라 투자라는 것은 건물과 시설,그리고 연구장비의 확충에 주력해 왔다. 덕택에 연구 시설과 장비는 많이 갖춰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설과 장비의 유지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에 대한 효율적인 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연구 장비를 거의 대부분 선진국에서 수입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장이 생기면 수리가 쉽지 않다. 수리를 위한 기술 지원, 또는 사소하지만 필수적인 기기 제작의 어려움은 연구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있는 방안은 대학 또는 연구소 안에 기술지원 시설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극소수의 일부 대학 또는 연구소에서는 선진국 수준의 이러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전국적으로 연구가 수행되는 어디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어느 정도 규모의 연구가 수행되는 데는 반드시 만들어야 것이다.

바람직한 것은 첨단 기자재까지도 제작할 있는 능력이다. 이는 연구 장비의 국산화에도 기여할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식기반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기술 인프라' 과학기술정보와 국가표준.지적재산권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는
연구소와 대학간의 연계 시스템이 부족하고 과학기술정보의 산업화 연계 또한 미약하여 범국가 차원의 체계적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공급자 위주의 시스템보다는 수요지향적 접근을 해야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은
과학기술계 뿐아니라 산업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필수적인 요소이고, 또한 지적재산권 문제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기술경쟁시대를 대비하여 선진국형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과학기술 분야 역시 거의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과 대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측면과 함께 전국적으로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발굴.육성.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지역별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인프라의 분산은 매우 바람직하다.

***
지역별로 산학연 특성화를

과거에
지역별 과학기술 특성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시행에 옮긴 경우도 있지만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추진하였던 '기술 신도시' 구상이 성공하지 못했다.

지역별
특성화의 성패는 결국 지역의 산업구조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하여서는 산업 인프라가 따로 필요하고 이는 과학기술 인프라와 무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산업계와 밀접한 교류를 하는 지역내 산.학.연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과학 인프라의 투자에 의한 지역 특성화를 유도하려 한다면 장기간의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이러한
예가 실리콘 밸리라고 있다. 45년부터 10년간 스탠퍼드 대학의 공대학장으로 재직한 프레드릭 터먼 박사는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받아 대학을 전기공학.물리학 반도체 관련 연구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대학
내에 연구활동과 산업계와의 공동연구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도 확고하게 구축했다.

70년대 말까지 대학을 중심으로 근처에 1백여개의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생기면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됐다. 실리콘 밸리가 90년대 들어 정보통신산업의 중심지가 것을 감안하면 거의 5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였다고 있다.

과학중심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정부가 해야 일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해야 일의 가장 우선 순위는 역시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 인프라의 투자는 우선 순위가 매우 높은 사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프라의 구축은 무엇보다도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정된
과학기술 예산 속에서 효율적인 과학기술 인프라의 구축은 과학중심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것이다.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107789


[과학중심사회] 시리즈를 마치며 [중앙일보]

사회 질서와 사고가 과학적으로 이뤄지면 나라는 건강하다. 발전의 속도 또한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더욱 빠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 과학기술 중심 사회로 재빠르게 전환해야 때다.

지난
1 6일부터 시작해 7회에 걸쳐 실은 '과학중심사회 이렇게 만들자'시리즈는 이런 사회를 만드는 가장 절실한 문제와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해결해야 숙제라는 의미도 컸다. 사회 지도층의 사고를 전환하는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기획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한국과학문화재단.중앙일보가 공동으로 했다. 다음은 그동안 실린 시리즈 목차다.

①한국과학기술
강점과 약점-최영락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②과기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정성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③과학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라-전승준 고려대 교수
④과학문화
정착시키자-최영환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⑤전략적
국가연구개발 사업-금동화 KIST 부원장
⑥지방
과학을 살리자-최기련 고등기술원장,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