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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의 기초과학연구 활성화 방안

|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


대학에서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과학과 기술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하여서는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


Ⅰ. 서론

20세기에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 문명 발전과 복지 혜택에 크게 기여하였고, 21세기 들어서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국가 자위 능력과 경제발전에 더욱 더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위한 국가적 인프라로서 일찍이 대학을 이용하였고, 미국의 대학은 국가 방위를 위한 장비 개발과 산업 발전에 큰 성과를 이루어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따라서 대학에서의 과학과 기술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최근 더욱 더 강조되고 있으며 선진국 대열의 나라들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에서 대학의 연구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에서 대학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의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국내 대학에서의 연구는 양적인 면에서 많이 향상되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에 비하여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 특히 최초의 연구나 최고의 연구만이 인정을 받는 기초과학 연구에서는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면의 우수함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과학과 기술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하여서는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 이 글에서 대학의 기초연구에 대한 국내의 현황과 선진국의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대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 과학기술개발과 대학의 역할

Ⅱ. 선진국의 대학에서의 기초과학 연구

"g특정한 과목들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선생들과 학생들이 모인 (대체로) 자율적인 공동체"h라는 의미의 대학은 서구 문명의 특정한 창조물의 한 형태로서 13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의미의 대학은 초기에 국가와 교회를 유지하기 위한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기초적인 교양교육 과정을 포함하여 법학, 신학을 위한 과목들과 의학을 교육시켰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에게 패한 독일은(당시 프로이센) 국가를 부흥시키기 위하여 대학제도를 개혁하였다. 19세기 초"e교육과 연구의 통합"f이라는 개념 하에 베를린 대학(현재 베를린훔볼트 대학)이 설립되면서 대학에서의 연구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부터 시작한 대학의 연구기능은 현재 교육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그 이후 독일의 대학은 대학의 교수가 연구소의 소장을 겸임하면서 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병행하는 교육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대학교육 시스템이 상당히 달랐던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나라도 독일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경험하고 대학의 연구시스템을 독일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었다. 19세기 후반 일본의 경우도 메이지 유신 후 많은 과학자들이 독일에 유학하여 독일의 연구그룹 시스템을 모방하여 현재의 연구그룹제를 만들었다. 이러한 유럽, 일본 연구그룹 제도는 연구그룹이 학과에 속할 수도 있고 연구소에 속할 수도 있다(양쪽에 같이 소속이 되어 소속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음).


-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연구수행 요소라고 있는 인력의 구조, 연구시설 설비에 대하여 완벽하게 갖추어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있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연구환경 확립은 현재 거의 모든 선진국 연구소의 표본이 되었다. -


일반적으로 인적 구성이 교수급의 책임자 밑에 우리나라의 부교수급에 해당하는 선임 조수와 조교수급에 해당하는 조수가 주요 박사급 연구원으로 그룹에 같이 소속되어 동일한 주제를 협력하여 연구를 하는데 대학원생이 연구조원으로 연구를 통하여 교육을 받게되며 이와 함께 행정요원이나 기술요원도 그룹의 연구지원스텝으로서 연구 수행을 지원하게 된다. 예로서 현재 독일 아헨공과대학의 화학과는 5개의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연구소는 해당분야의 연구 뿐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연구소 중의 하나인 물리화학연구소는 6명의 정교수가 소속되어 있는데 인원구성은"k그림 1"l과 같다. 또한 연구소에는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게 된다. 연구지원 인력으로"k그림 1"l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정인력은 물론, 연구에 필수적인 공작실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이공계대학의 거의 대부분이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일종의 공립학교이고, 각 연구소는 전공별로 교육시설과 연구실의 크기, 그리고 지원시설을 위한 지원이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어 연구 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서는 연구수행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의 구조, 연구시설 및 설비에 대하여 완벽하게 갖추어야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러한 연구환경 확립은 현재 거의 모든 선진국 연구소의 표본이 되었다.


미국은 유럽의 전통적인 대학의 모형을 받아들여 일찍이 동부의 사립대학들은 학과중심의 교육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19세기 후반기 Johns Hopkins대학이 유럽의 연구중심대학을 모방하여 대학의 연구 기능을 강화하면서 대학에서의 연구를 활성화하였지만 연구를 위한 대학의 시스템은 학과 중심의 교육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학과 중심 연구체제를 발전시켰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학과의 각 교수가 개인적으로 연구팀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한다. 이러한 제도는 학과내의 교수는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의 구분이 없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연구팀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고 현재에도 이러한 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 연구그룹을 형성하는데 인적인구성면에서 유럽시스템에 비하여 열세에 있었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미국에서는 박사후 연구원제도(Postdoc)를 만들었다. 유럽, 일본에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연구그룹에 조교수급으로 합류하며 조교수는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하는 대신, 연구원으로서 영구적 직위는 아니지만 상당히 안정된 직위를 유지하며 연구그룹에서 제공되는 연구비와 연구설비 및 연구조원을 활용하여 그룹의 중간 연구 책임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러한 중간 연구책임자를 박사후 연구원이 담당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1~3년 사이의 단기간 계약의 직위를 갖게 된다. 이러한 불안한 직위를 주는 박사후 연구원 제도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연구비의 투입으로 박사후 연구원 자리가 상당히 풍부하고 경쟁에 의한 자리 유동성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풍토가 큰 역할을 하였고, 교수 등과 같은 영구직의 자리도 가는 중간 단계로서 젊은 학자들에게 경쟁력을 키우는 완충자리 역할을 하였다. 일단 미국의 연구 수준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후에는 전세계로부터 박사 학위를 위한 학생은 물론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려는 우수한 학자들이 미국에 모이게 되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는 학과 중심의 연구시스템으로서 학과 내에 각 교수는 연구그룹내에 유럽, 일본의 조교수급을 대신할 수 있는 매우 우수한 박사후 연구원과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구성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그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일찍부터 상당한 연구 시설비의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미국에서는 연구비의 간접비로 연구지원 액수의 50% 정도가 따로 대학에 지원됨) 학과중심의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연구시설이나 환경이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다학제적인 연구, 즉 나노과학, 나노-바이오, 정보 통신-바이오 하이브리드 학문 등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전통적인 학과 중심의 연구형태는 이러한 새로운 연구의 조류를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정부에서 대학의 연구지원이 대학에 직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기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연구비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가대학의 연구시스템이나 방향에 대한 간섭이 최소화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자발적으로 변화를 이루려하지 않으면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부는 연구비 제공에 대하여 대학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변화를 간접적으로 유도하였다. 그리고 미국 대학의 체제에대하여서는 미국 정부가 변화를 유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학과나 연구소의 설립에 대하여 미국의 대학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일례로 정보 통신관련 학과는 미국 대부분의 일 류 대 학 에 서 전 기 공 학 과 (Dept. of Electrical Engineering)와 컴퓨터과학과(Dept. of Computer Science)의 두 종류 학과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다학제간의 연구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이러한 연구주제를 가지고 협력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 설립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Ⅲ. 국내 대학에서의 기초과학 연구

국내의 대학 연구는 제도적인 면에서 미국과 거의 유사한 학과 중심의 시스템이다. 이는 1945년 해방이후 미국의 대학제도를 모방하여 대학들이 설립되었지만 1950년대 대학에 서의 연구는 거의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 후 대학에서의 연구가 활성화된 이후에도 거의 변화되지 않아 학과에 소속된 각 교수가 대학원생 또는 대학생을 연구조원으로 소규모의 연구팀을 이루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관행화되었다. 국내에서 대학의 연구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는 두 가지 주요한 요소에 의하여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하나는 외국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과학자들이 대학에 자리잡기 시작하였고 이들이 선진국에서 배운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러한 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설립 당시는 대학원으로 만 이루어진 연구중심대학으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에는 중반 이후 대학에서의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도 한국과학재단을 설립하여 대학에서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하나는 1969년부터 문교부(현재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이공계대학의 교육시설 개선을 위하여 교육차관을 도입하는 것을 계기로 이공계대학의 당시 열악한 교육과 연구의 환경 개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까지 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한국학술진흥재단과 과학기술부의 한국과학재단을 통하여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미미한 액수로서 대학의 연구는 KAIST 등 일부 대학에서의 연구를 제외하고는 매우 부진하였다.


-  1990년대 이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연구에 대한 투입과 산출에 대한 양적인 면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구개발의 투자가 얼마나 국가 경제나 국가 위상에 기여를 하였고, 또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학 연구 활성화에 재도약의 계기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f60년대 이후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국내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던 재벌의 하나인 포항제철에서 미국의 MIT와 같은 공과대학 형태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기로 하여 획기적인 투자로 선진국 대학 수준의 연구 및 교육 환경을 가지는 대학이 설립되었다. 이는 연구 환경이 독보적으로 우월하였던 KAIST를 비롯한 다른 대학에 대하여 자극제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간의 연구에 대한 경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학재단에서 1990년부터 시작한 우수연구센터 육성사업으로 당초 목표의 하나였던 기초연구를 통하여 경제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것에는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지만 연구비의 지원액수에 대한 획기적 증대와 우수 연구자를 집단화하여 집중적인 지원에 의하여 많은 우수한 연구 결과를 배출하게 되었다. 1990년대중반까지 국내에서 발표되는 SCI 논문의 삼분의 일이 우수연구센터 사업의 결과라는 것으로 보아도 상당히 중요한 기초 연구지원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는 국내의 연구개발 투자의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접근하게 되었고 대학에 대한 연구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대되었다. 1990년대 이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연구에 대한 투입과 산출에 대한 양적인 면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즉, 연구 투자액의 GDP대비 비율이나 SCI 논문의 발표 수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구개발의 투자가 얼마나 국가 경제나 국가 위상에 기여를 하였고, 또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기초과학 연구 수준은 특히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이 중요하다. 1만 개의 엉성한 연구 결과보다 가장 우수한 1개의 연구가 인정을 받는 것이 기초과학계의 현실 임을 감안하면 가끔가다 나오는 국내 연구자의 science나 nature에 발표한 논문이면 수준을 불문하고 대중 일간지의 기사 거리가 되는 현실과 노벨상에 접근한 과학자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직 국내에서 연구 질적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Ⅳ. 연구개발 투자 상황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주요선진국들에 비해 그 절대규모가 아직 부족함을 알 수 있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구개발투자는 한국을 1로 보았을 때 미국 28.1, 일본 15.1, 독일 6.1, 프랑스 3.9, 영국 3.0이다. 특히 연구원 1인당 연구비를 보면 선진국에 비하여 아직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연구 투자의 규모가 우수한연구 결과를 내기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연구잠재력에 비하여 투자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학의 연구잠재력은 박사급의 77%를 보유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대학 사용 연구비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학 사용 연구비의 비중은 한국 12.0%, 미국 14.0%, 일본 14.8%, 영국 19.6% 수준이다. 물론 타 연구개발주체와 비교하여 최근에는 소폭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학의 연구시설, 연구관리시스템 등 연구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Ⅴ. 연구 수행 필수 요소 및 국내 대학 상황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연구수행을 하는 주체인 연구인력이 있어야 하고 연구수행에 적합한 연구환경이 잘 갖추어져야 하며 연구수행의 직접적인 경비인 연구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갖추어져야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할수 있다. 연구인력은 매우 단순한 연구인 경우에는 단독으로 수행하기도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최첨단의 연구는 우수한 연구 인력이 팀을 형성하여 진행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그룹은 비록 서울대를 비롯한 소수의 일류대학 조차 평균적으로 보면 교수와 그 밑에 소수의 박사과정과 주로 석사과정 학생 몇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 밑에 석사과정학생 몇 명으로 연구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미국은 대학교수 밑에 전세계에서 모여드는 우수한 박사후 연구원들과 다수의 박사과정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고, 반면 유럽과 일본에서 교수와 같이 연구하는 부교수와 조교수가 같은 그룹내에 있고 그 밑에 몇 명의 박사과정과 석사과정의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쟁력이 있는 연구팀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가장 연구 여건이 좋다고 하는 대학마저도 선진국의 연구그룹과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연구인력으로 연구팀이 구성되어 있다. 연구를 원활히 수행하는데 필요한 연구환경은 연구시설과 장비와 같은 인프라는 물론 현재 국내의 거의 모든 대학은 교육을 위한 학과 중심 제도하에 각 교수들의 능력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환경에 있다. 학과 중심의 제도는 연구를 원활히 수행하기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학의 제도적 경직성은 연구를 수행하는데 원활한 지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f80년대 이후 대학 내에 많은 연구소들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 연구소는 연구비 관리를 위한 서류처리를 대행하는 정도의 수준에 있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독일의 연구소 모형에서와 같이 대학의 연구소는 연구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에 필요한 물품구입 및 연구비 중앙관리제도, 연구장비의 제작 및 수리를 위한 시설도 원활한 연구수행에 필수적인데, 국내에서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연구환경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행하였던 대학의 교

육 및 연구 설비의 투자를 위한 차관사업을 1990년대 중반 이후종료하면서 대학에서의 연구 인프라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연구를 위하여 투자되는 연구비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90년대 이후 상당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최근 대학 교수들은 연구비를 지원받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것은 연구비의 규모는 증가하였지만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지원되는 경향이 있어 대학에서 수행하는 소규모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연구 투자가 증가하지 못하였다. 기초과학의 연구는 특성상 다양한 연구를 소규모로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현상은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를 크게 위축시키는 상황이다.


Ⅵ. 대학의 기초과학연구 활성화를위한 제언

1. 대학 연구소의 활성화

앞서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 대학의 학과제도는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매우 경직된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대학의 연구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소는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이 연구비의 관리를 위한 행정부서의 역할만을 해 왔다. 따라서 대학 연구소는 행정실에 연구비를 관리하는 행정직원이 전부인 연구소가 상당수이다. 연구소가 연구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연구소내에 선진국 수준의 연구그룹이 있어야 하고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 연구소가 지향해야 할 바는 대학 내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연구소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연구소 지원사업이 있어왔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사업이 있지만 이러한 사업들의 대부분은 연구소의 인력구조나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 아니라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불과하였다. 연구인력구조나 연구환경과 같은 연구인프라 지원은 마치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산업인프라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대학에 연구 인프라를 조성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대학의 기초과학연구의 활성화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21세기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주류를 이룰 것이고 기초과학의 지식 수준이 국가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것이다. -


2. 연구 간접비 증액

연구비는 직접비와 간접비로 구성이 된다. 직접비는 연구과제 수행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인건비, 재료구입비 등을 의미하며, 간접비는 어느 특정 연구과제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연구활동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연구지원 행정, 도서관 운영, 고정자산의 감가상각, 건물과 시설장비의 운영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의미한다. 대학의 재정수입의 상당부분이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에서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그것이 직접비건 간접비건 대학에 재정에서 사용하게 하는 것은 대학의 연구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된다. 현재 정부의 연구지원사업에서는 총 연구비의 약 15% 내외를 간접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연구에서 이보다는 상당히 높은 비율이 실제로 연구 간접비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연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의 경우 연구 간접비의 지원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연구 간접비는 세 가지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대학의 연구환경의 개선이다. 대학 자체의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재원 마련이 쉽지 않는 현실에서 국가에 필요한 기초과학 연구를 위한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으로서 연구간접비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두번째는 대학간, 교수간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의 대학간의 경쟁은 간접비의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간접비는 대학 재정의 상당한 수입원으로서 대학의 교육 및 연구환경 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재원이므로 대학에서는 연구비를 많이 수주할 수 있는 우수한 교수를영입하기 위하여 사활을 걸고 있으며 연구 간접비가 많으면 교육과 연구 환경에 투자하고 이는 다시 우수학생과 우수교수를 유인할수 있는 요인이 된다. 교수들은 연구비의수주에 의한 간접비가 다시 자신의 인센티브로 돌아오기 때문에 교수들간의 경쟁도 자연적으로 유도된다. 세 번째는 정부에서 대학간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된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 대하여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대학에 대하여 정부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간접비라는 유인책을 가진 연구비로 효율적으로 대학의 경쟁을 유도하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대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의 간접비를 인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위하여 대학은 연구수행에 필요한 간접 경비의 근거를 명확히 하여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같이 대학마다 제출한 근거에 의하여 다르게 인정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평균적으로 총연구비의 30~40%사이의 비율을 간접비로 지원하는데 이는 직접비와 별도로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3. 우수한 학생의 국내 대학 박사과정 유도방안

선진국 중에 대학교수의 다수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한 교수로 채워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의 특수한 상황의 나라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주요대학의 경우는90% 이상, 전국적으로도 대다수의 교수가 외국에 유학하였고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의 경우 더욱 심할 것이다. 외국유학의 붐은 1960년대에 시작하여 이제 40년 가까이 되고 있고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외국에서 유학한 교수로 채워졌다. 미국이나 일본이 선진국이 되기 이전인 19세기 말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많은 학생을 선진국인 유럽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러나 20세기 초부터는 자국에서 박사학생을 배출하여 이제 거의 자국의 박사학위자가 자국의 대학 교수가 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까지 외국 박사 학위자를 교수로 채용할 것인가?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 경우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원의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공계의 연구에서 대학원생, 특히 박사과정 학생의 연구조원으로서의 기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일류 학생은 전부 외국에 유학을 나가서 미국,유럽, 일본의 연구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국내에서는 이류 학생으로 선진국과 경쟁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대학교수 임용에서 국내 박사자 우대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회사 연구소, 출연연구소에도 국내박사의 취업을 활성화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


4. 효율적 연구비 지원사업 체제 구축

현재대학의 기초과학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지원 사업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종류들이 있다. 이는 연구비 지원사업을 수시로 당시 상황의 요구에 따라 수립되어 시행한 결과라 하겠다. 따라서 연구지원사업들이 체계적이지 못하고유사한 사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비를 수주하는 대학교수들은 연구비 수주에 부익부 빈익빈의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연구인력과 연구비에 대한 배분을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로 단순화하여 지원하는 제도를 확립하고 공동연구와 개인연구도 적정비율로 할당하여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의 기초과학연구의 활성화는 국가 경쟁

력과직결되는 문제이다. 21세기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주류를 이룰 것이고 기초과학의 지식 수준이 국가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기초과학 수준은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는다. 선진국은 10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능력을 향상시켜 현재의 수준에 도달하였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계획에 의하여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할 경우에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은 임기응변적이 아니라 현 상황의 명확하고 진지한 분석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에 의하여 정립한 후, 공무원은 과감하고 소신있게 세워진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학자들은 진정으로 창조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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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준외(2002). "g기초과학진흥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연구"h. 한국과학재단.


전승준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였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물리학과 연구원, UC버클리대 화학과 방문과학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고려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gAn

elementary description of nonlinear optical properties of octupolar molecules: four-state model for guanidium-type molecules"h, "gOctupolar crystals for nonlinear optics. 1,3,5-trinitro-2,4,6-tris(styryl)benzene derivatives"h, "g1,3,5-Tricyano-2,4,6-tris(vinyl)benzene derivatives with large second-order nonlinear optical properties"h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