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 뉴스레터(2010-6호)   2010/07/23


[국과위 정책칼럼] 정부 연구개발의 특성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1기 업무를 마감하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기 위원회는 대통령이 항상 주재하였던 본위원회와 1년에 8회 내외로 열린 운영위원회, 그리고 각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위원회가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민간위원들의 적극적 참여는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예산 배분이나 각 부처들의 과학기술 정책과 사업의 총괄 조정에 있어서 미진한 부분이 지적되면서 정부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국과위의 개선 방향에 대하여 과학기술계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안되어 상당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조직의 변화는 어느 한 분야의 문제를 넘어 정부 전체의 조직 속의 한 분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에 대하여 다음 특성들이 전문가들에 의하여 지적되어 왔다. 첫 번째가 비특유성(non-specificity)으로서 연구개발의 결과가 어떤 특정한 주체나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서 특히 기초연구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두 번째로 연구개발의 결과가 경제적 영향을 가지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차(time-lag)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초과학의 원리가 산업제품에 반영되는 데는 수십 년이상 소요가 된다. 세 번째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어떤 목적을 가진 연구가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특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구현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네 번째는 고비용(costliness)이다. 연구개발의 투자가 가시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과를 산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기초연구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응용연구, 개발연구를 거쳐서 성과를 산출하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과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 특징을 요약하면 과학기술의 투자는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며, 성공한다고 하여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성공에 대한 보상이 꼭 그 연구를 수행한 주체에게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기초연구일수록 크고, 제품이 만들어 지기 직전의 개발연구일수록 적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특유성 높고, 시차, 불확실성, 비용이 적은 개발연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발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은 기초연구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꺼리는 기초연구는 정부에서 담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하는 연구개발의 투자 역시 투자 대비 산출에 대한 압력은 항상 존재한다. 즉 국민의 세금으로 투입한 결과에 대한 요구는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속 성장을 추구했던 우리나라의 상황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개발연구에 치중하였고, 그래서 선진국에서 정부 투자 비율이 20% 미만인 개발연구에 아직도 우리나라는 5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정부연구비가 증가할수록 선진국 형 산학연의 역할분담과 상호연계되는 협력이 아닌 산학연의 경쟁관계가 만들어져 비효율적인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특성을 반영하는 선진국형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만들기 위한 국과위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직접 연구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정부 부처는 개발연구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부처장이나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자리를 옮기는 경향은 장기적 계획에 의한 사업시행을 하기 힘들게 만든다. 또한 다수의 주목을 받고 단기간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사업은 부처가 경쟁적으로 뛰어든다. 예로 최근의 녹색관련 연구개발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총괄 조정하기 위하여 각 부처의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국과위의 위상과 역할이 필요하다. 즉, 국과위의 간사와 사무국은 각 부처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위상과 위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사무국의 인력 역시 각 부처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이며, 과학기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와 공무원이 협력하여 총괄 조정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인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떠한 개선 방향이 논의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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