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원천기술 투자비중 늘려라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3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진입했다. 반가운소식이다. 정부의 R&D(연구개발) 투자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밑거름이 된 것 만큼은 틀림없다. 선진국의 정부 R&D투자규모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였을 때 약 100억 달러였다. 한국도 2008년 정부 R&D투자규모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R&D투자 비율이 1990년대 중반 이후 OECD(경제 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넘었고, 절대액수에서도 세계 7위에 올랐다. 이런 맥락에 비춰볼 때 한국 정부의 R&D 투자는 제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 R&D투자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특정이 있다. 우선 민간 부문에서 70% 이상을 담당한다. 정부의 단독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투자 목적 역시 다르다. 우리는 당장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한다. 정부 R&D 투자금에서 경제개발 목적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선진국은 10~3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50%가 넘는다.
하지만 이런 선진국 모방 전략은 국민소득 3만 달러, 더 나아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상황에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선진 주요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시기에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비중을 줄였다. 반면에 대학 지원이나 기초·원천연구와 관련된 비목적성 투자와 공공적 보건·환경투자 비중을 늘렸다. 혁신적 선도제품은 창조의 결과물이다.
모방으론 혁신제품을 만들 수 없다. 기초 · 원천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기초·원천연구일수록 의외성이 크고 장기투자가 필요하다.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기초·원천연구는 정부에서 담당하는 게 옳다. 더구나 기초·원천연구는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2009년 9월 '과학은 어떻게 수백만 일자리를 창출하는가'라는 커버스토리에서 1960년대 말 시작된 인터넷·이더넷·GUI(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의 기초연구가 1980~90년대 산업에 적용되면서 수백만에 달하는 인터넷 관련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표로 삼아야 할 우리 정부는 기초 · 원천연구의 투자비중을 늘려야한다. 그래야 독자적 원천기술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다. 기초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2011년 4월 25일 1084호 창간 27주년 특대호 Cover Story
국미소득 3만 달러 어떻게 이들이 말하는27가지 : 체력 보완할 성장동력 찾아야 P6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