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구인난과 구직난 사이

입력: 2006년 04월 20일 18:00:19  : 3  : 2

  

〈전승준/ 고려대교수·물리화학과〉


작년에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인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이 뉴욕타임스 34주 베스트셀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경제학은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사회의 경제 현상을 간단한 원리와 모형을 통해 설명하기에 대상만 다르지 물리학, 화학 등과 같은 과학의 한 분야이다. 괴짜경제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치밀한 통찰력으로 그동안 당연히 여겼던 사회통념과 상식을 철저히 파괴하는 과학적이며 설득력 강한 논증에 있다.


최근 국내 경기의 회복을 예상하지만 실업 문제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업의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인기가 좋은 기업은 능력있는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구인난을 이야기하고, 중소기업은 웬만하면 고용하려 하지만 응모자가 없다고 한다.


반면 수십번 이상 응모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구직자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실업문제 해결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반적인 해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용문제도 경제의 주요 이슈이며 과학적 모형으로 어쩌면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식파괴 ‘괴짜 경제학’설득력-


이런 모형을 생각해 보자. 일자리를 원하는 구직자가 100명 있고, 각 1명씩 일자리가 있는 회사가 100개 있다고 가정하자. 이러한 상황에서 100명의 구직자와 100개의 자리가 있으니 완전 고용이 되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경우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또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특수한 경우에나 가능할 것 같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회사가 구인 광고를 내 응모자를 받게 되면 모든 회사가 경쟁률이 100대 1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구직자가 모든 회사에 응모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고 이런 경우 어쩌면 대다수의 구직자나 회사가 일자리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자와 후자의 경우는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까?


전자는 구직자 100명의 능력순서가 정해져 있고 100개 회사의 선호도 순서도 정해져 있으며 이 순서를 양쪽에서 서로 아는 경우이다. 따라서 이상적으로 1등은 1등 회사에 가고, 2등은 2등 회사에 가는 등 순서를 찾아간다. 반면 후자는 양쪽의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서로 모르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서로 모르기에 구직자는 모든 회사에 지원하고 본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만약 모든 구직자가 끈기있게 일자리를 구하고 모든 회사가 끈기있게 사람을 찾는다면 결국은 전부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찾다가 못 찾으면 구직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는 대다수가 실업자로 남게 된다.


국내 상황은 이 양극단의 사이에 있는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의 평준화 정책은 약간 과장하면 구직자들의 실력순서를 가능한 한 정하지 못하게 하고 알려지지 않게 하고 있다. 반면 회사의 선호도는 일반적으로 순서가 정해지고 매우 잘 알려지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나타나는 현상은 선호도 상위회사에는 모든 구직자들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100대 1에 가까울 것이고 선호도가 하위인 회사는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동 완전고용 한계-


이것이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특히 이럴 경우 선호도가 낮은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능력에 의하여 순서가 매겨지는 경우를 매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동등하다고 생각하려 하고 그렇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항상 모든 국가나 사람의 능력은 순서가 매겨졌고, 개인이나 국가가 더 나은 순위에 도달하려는 노력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따라서 기회 균등의 평준화는 가능하지만 능력 균등의 평준화는 개인, 회사, 국가에 모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