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스포츠 과학’과 보약

입력: 2006년 05월 25일 17:51:05  : 0  : 0

  

〈전승준/ 고려대교수·물리화학과〉


독일 월드컵 대회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훌륭한 경기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온 국민은 바라고 있다. 최근 월드컵 대회 열기와 함께 언론을 통하여 축구의 과학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과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왔다. 그래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대회 등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스포츠 속의 과학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 대회도 사용하는 공은 물론 선수들이 착용하는 신발, 입는 옷 등 과학과 첨단기술의 산물은 선수를 보호하는 동시에 경기에서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스포츠는 인간이 가진 체력의 조건을 다양하게 극대화하여 그를 시험하는 게임을 하는 것이고 따라서 체력을 단련하는 도구일 수 있기에 스포츠를 통한 체력 증진이라는 면이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체력을 단련한다 하면 스포츠의 한 종목을 택하여 열심히 운동을 한다.


- 외국선 ‘보약’에 도핑의혹 시선 -


둘째, 모든 스포츠는 규칙이 있고 승패는 이를 지키는 조건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통하여 사회적 규범을 지키는 민주시민이 되도록 단련하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축구는 한 팀이 11명이라는 것, 공은 크기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한다는 등 일정한 규칙이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규칙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팀과 팀 구성원이 지닌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경기를 이기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에 스포츠가 승패보다 오히려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더욱 강조한다.


이 두 가지 요인을 합하면 스포츠를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포츠는 어떠한 조건하에서 인간의 경기력과 체력적 한계를 시험하는 게임이다. 그러기에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과학기술적 진보를 통한 경기력과 체력을 인위적으로 강화시키기도 한다. 가끔 이러한 과학기술적 진보는 세계 스포츠계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한다. 호주의 수영선수 이언 소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착용한 후 유명해진 전신 수영복은 98년 스피도사가 처음 개발하여 선수들이 착용했을 당시 논란이 있었다. 이 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특수 코팅재질로 상어 표피를 모방한 표면처리를 한 첨단과학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세계수영연맹에서 곧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국제대회에서 각광을 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인간이 더 빨리 물속을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반면, 과학은 스포츠에 부정적인 면에도 기여한다. 그 경기 자체에 규정이 없거나 규정의 경계가 애매해 교묘하게 과학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이 선수들의 약물 복용이다. 서울 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우승한 벤 존슨의 약물복용은 스포츠계에 운동선수들의 약물복용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도핑 테스트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복용 문제는 20세기 동안 나쁜 과학과 좋은 과학 사이의 치열한 싸움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 경주마에게 불법 약물복용을 시키는 것에서 시작한 도핑은 운동선수들도 유혹하게 되었고 도핑을 위한 화합물의 합성 및 추출방법의 발전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였다.


- 월드컵선수 ‘과학적 점검’ 필요 -


1960년 로마 올림픽의 자전거 경기 중 사망한 선수에게서 암페타민이라는 약물이 검출되면서 국제경기에서 도핑테스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축구경기는 1966년 월드컵에서 처음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체력강화 약물은 매우 소량으로 작용하기에 이를 검출하는데 첨단 과학이 필요하다. 지금도 약물의 부정적 사용을 위한 과학과 이들을 검출하기 위한 긍정적 과학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우리 축구국가대표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으로 이적한 후 팀 관중들로부터 강인한 체력에 대한 찬사를 받고 있을 당시 한 현지 언론에서 한국의 보약에 관하여 취재하면서 도핑테스트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국내 선수들의 보약 복용이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다고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걱정이 된다. 만일을 대비하기 위하여 의심의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국의 긍정적 과학 수준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