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노벨상 계절의 간절한 바람

입력: 2006년 10월 19일 18:04:12

 

10월 초는 전 세계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에게는 축제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벨상 수상자가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의 순서로 발표된다. 항상 축제의 관람자였던 우리나라 과학자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과학 부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따라서 정부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하여 지원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논란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로서는 경제규모나 과학기술 수준에서 가장 높이 랭크되어 있다. 경제규모 20위권 내의 나라로 우리나라에 뒤이어 브라질, 멕시코, 터키가 자연과학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들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언제쯤 자연과학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가정과 노벨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분석을 하면 대충 예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노벨상 수상자가 수상을 가능하게 한 연구를 하여 논문으로 발표한 시점에서 노벨상을 수상할 때까지 평균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가를 보자. 몇몇 노벨상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1970년대까지의 수상자들은 15년이 소요되었고 최근 수상자들은 더욱 길어져 거의 20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과학자 중에 노벨상의 대상이 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과학자가 있는가. 한 방법은 발표되는 논문의 양과 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좋은 논문은 과학인용지수(SCI) 편입 학술지에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특히 네이처, 사이언스와 같은 학술지에 발표되는 논문은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최근 이러한 학술지들에 논문을 얼마나 많이 발표하는가가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평가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를 예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논문발표와 수상 20년 소요-


노벨상 수상자는 분야별로 매년 3명 이내이고 네이처나 사이언스급 수준의 잡지는 1년에 수천편 이상의 논문을 싣기에 이러한 잡지에 한두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는 것으로는 노벨상급 과학자라고 판단하는 근거로 매우 미약한 것 같다.


그러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의 기조연설은 일반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거나 수상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한 과학자들에게 부탁한다. 특히 새로운 연구 분야에 대한 학술대회의 기조연사는 그 분야를 새로이 여는 데 최초의 연구를 수행하여 크게 기여한 과학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한 분야가 노벨상의 후보 분야로 선정되면 수상 후보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학자 중에 이러한 기조연사로 자주 초청되는 과학자가 있는가를 살펴보자. 필자는 한동안 관심을 갖고 다수의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았지만 자연과학 분야의 국내 과학자들 중에는 외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학술대회에 기조연사로 자주 초청되는 학자는 아직 없다고 한다. 이제 막 노벨상급 연구결과를 발표한 학자가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수상자 배출이 20년 후에나 가능하다. 아직 노벨상급 연구결과를 발표한 과학자가 없다고 하면 이러한 연구 결과를 내놓는 데 5~10년 소요되므로 25~30년 후에나 가능하다. 그렇다면 2030년 후에야 수상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자. 수상 연구를 한 후 1년 만에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도 4번이나 있다.


-정부차원 적절한 지원 필요-


1987년 고온 초전도체의 발견으로 화학상을 수상한 베드노르츠와 뮐러, 그리고 1957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중국 과학자 양과 리가 그 경우이다. 필자 생각에는 노벨상의 대상이 되는 연구주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누구나 그 문제를 해결하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는 주제가 있고, 처음 연구되는 분야인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처음이기에 아무도 판단할 수 없으나 후에 학자들이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뛰어드는 주제가 있다. 전자는 해결이 너무 어려워 수많은 학자가 연구에 실패하였고 이 주제 연구로는 변변한 논문 한편 발표하기 힘든 주제이지만 해결하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행운을 누릴 수 있다. 후자가 일반적으로 노벨상을 배출하는 연구 주제로 많은 신진 연구자에게 기회가 있는 곳이다. 정부는 이 두 종류의 연구 주제를 적절하게 지원하는 방법을 다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승준/고려대교수 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