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과학자와 사이비

입력: 2006년 11월 16일 18:27:44

〈전승준/고려대교수·화학과〉


작년에는 언론매체에 과학분야 기사가 유례없이 많이 다루어졌다. 그리고 그 절정은 이맘때쯤 소위 ‘황우석 사태’라고 지금도 세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건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은 사건 1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이 황우석 사태로 야기된 우리 나라 과학분야나 언론, 정부의 문제점이라든가 또는 사건이 준 교훈 등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필자는 과학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과학 업적의 사회적 인정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생각하며 따라서 이 과정의 메커니즘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싶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다윈의 진화이론 등과 같은 중요한 업적들도 처음부터 완전히 이해되어 널리 인정받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오랜 기간 진위의 논의가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결국 거의 대부분의 학자가 인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지금 알고 있는 자연과학의 원리는 거의 전부 그런 과정을 거쳤다.


과학의 업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처음이 아닌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과학적 업적이 아니라고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최초의 것을 따라하는 유사 연구는 무의미하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


-뉴턴도 처음엔 이해 못받아-


최초의 것에 이어지는 연구는 과학적인 의미에서 평가는 낮아지지만 맞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교육적 또는 사회경제적 기여에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이것이 문명 발전에 최초의 과학적 발견 이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초라고 할 만한 주요한 과학적 업적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과학은 어떤 면에서 과학 그 자체 발전의 기여보다는 나름대로 우리나라의 교육 또는 사회경제적 발전에는 기여하고 있다. 오히려 이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각 나라마다 정부에서 과학연구에 예산을 사용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과학적 업적은 맞는 것인지 어떻게 알까? 질문을 바꾸면 처음이기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누가 그것이 맞는지를 인정하는가? 일반 대중은 틀림없이 아닐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포함한 뉴턴의 저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발표되었을 때 관련 학자들조차도 대부분은 그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니 하물며 대중들은 관심을 가질 기회조자 없었을 것이다.


많은 새로운 과학의 발견은 처음이기에 설명부터가 그전의 방식과 용어로는 부족하여 우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과 용어부터 고안해야 한다. 과학이 일반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가 과학의 발전을 통하여 축적된 표현방법과 용어, 즉 과학적 의사소통 언어로 현상을 설명하면 대중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하여 과학언론인이 필요하고 이들이 하는 일중의 하나가 과학적 언어를 대중적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다. 그리고 초·중등 과학교육은 어떤 면에서 외국과 소통하기 위하여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이 과학기술과 소통하기 위하여 과학을 배우는 것이다.


간혹 사이비 과학자들은 이를 역이용하여 새로운 이상한 용어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사이비와 진정한 과학자의 차이는 분명하다. 진정한 과학자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더라도 이미 축적된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여 기존 과학자의 언어로서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기에 학계에서 인정받게 된다.


-가짜들이 대중매체 발표 선호-


사이비의 경우는 일반대중이 잘 알지 못하는 과학적 용어를 사용하나 과학자의 정확한 언어를 모르기에 설명은 하지만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 또한 명백한 차이는 진정한 과학자는 과학적 언어의 문헌적 소통 장소인 학술지를 통하여 발표하여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하지만 사이비는 일반대중을 상대로 대중매체에 발표한다.


그리고 진정한 차이는 순수한 과학자는 대중보다는 과학자들 세계에서 인정받기를 원하고 사이비는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도 처음이기에 진위를 밝히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황교수는 과학자보다는 과학언론인으로서의 능력이 더 나은 분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