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과학연구의 진실과 거짓

입력: 2006년 12월 14일 18:01:53

 

〈전승준/ 고려대교수·화학〉


1980년대 초 필자가 미국에 유학 중이던 학교의 한 생화학 전공 교수가 연구윤리 문제로 하늘을 날다가 깊은 수렁에 빠지는 일이 학내에 화제가 되었었다. 당시 그 분야의 대가로 인정받던 그 교수 연구실에 신의 손을 가진 박사 과정 학생이 들어와 암세포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결과는 언론에 크게 다루어졌고 교수는 언론과 학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며, 학교 사상 거의 유례없이 1년반 만에 박사학위를 학생에게 수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 학생이 실험할 때만 실험결과가 재현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같은 과 동료 교수에 의하여 실험결과가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그 교수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필자는 지난 과학칼럼에서 “과학적 업적의 인정과정 메커니즘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하였고 과학적 업적에서 최초가 중요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최초이기에 그것에 대한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학자나 판단기준이 거의 없다. 그러면 어떻게 그 결과가 맞다는 것을 인정받게 되는가? 우선 중요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자. 전 세계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학술지는 상당히 많다. 모든 학술지는 창조적인 연구결과를 싣는다고 하지만 ‘정말로 맞는’ 중대한 연구 결과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필자의 생각에는 비율로 보면 상당히 작을 것 같고 대부분은 사소한 새로운 발견이나 고의는 아니지만 틀린 것도 있을 것 같다.


-최초의 업적 진위판단 어려워-


마지막의 ‘고의는 아니지만 틀린 것’이라는 문장에 주의를 해주기 바란다. 최초의 발견이 맞는지는 연구를 한 당사자도 정확히 모르고 직접 그 연구를 하지 않은 관련 전문학자들은 더욱 모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술지는 연구결과 논문을 게재할 것인가를 1~3인 정도의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런데 평가자도 최초의 경우는 맞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연구결과 진위보다 제출한 학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가들의 논문은 훨씬 쉽게 논문심사에 통과하고 황우석 교수도 새튼 교수를 논문 심사 통과에 이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논문심사에서 연구결과의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기보다는 연구과정의 맞고 틀림을 따지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모르거나 실수로 틀릴 수는 있지만 ‘고의로 틀린’ 것은 없다고 가정한다. 고의로 틀린 경우, 즉 조작한 경우는 심사자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경우(소칼의 ‘과학전쟁’이라는 사건이 이에 해당된다)나 아니면 과학적 사기이다. 학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연구과정의 틀림, 즉 고의성이 없는 거짓을 따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처음이기에 누구도 모르고, 따라서 실험의 실수나 지금까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어떤 요인에 의하여 틀림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가정한다.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결과의 진위를 판별할 때 그 때까지 모든 연구결과에서 알려진 주의사항을 다 만족하는가를 따져보고 혹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상되는 틀린 요인을 검토한다.


그런데 만약 연구저자가 고의로 거짓을 포함시키고 이것도 들통이 나지 않게 교묘하게 한 경우 몇 명의 학자가 고의성 거짓을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다른 학자들에 의한 후속연구는 거의 쓸데없는 연구가 된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연구과정의 조작이 밝혀지면 그 학자에게는 곧 바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다. 즉 영원히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에 대하여 학계의 시선이 싸늘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감형의 방법은? 물론 있다. 바보가 되는 것이다. 자기 밑에 있는 연구원이 조작하였고 자기는 이를 전혀 몰랐다고 하는 것이다. 즉 사회에서도 정신이상자가 되면 무죄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이.


-조작 밝혀지면 학계서 추방-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새로운 발견은 어떻게 합의되는가? 아직 잘 모른다. 연구 중이다. 그러나 두 방향의 대답이 존재하고 어느 쪽이 맞는가는 논쟁 중이다. 하나는 과학사회학자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정치적으로 합의해 준다는 구성주의적 답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자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궁극적인 과학적 원리는 존재하므로 천재들이 답해준다는 환원주의적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