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기후변화보고서와 과학의 역할

입력: 2007년 02월 08일 18:05:33

 

〈전승준/ 고려대교수·화학〉


최근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PPC)는 지구 기후에 관한 매우 암울한 예견을 담고 있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 각 언론의 톱 뉴스를 장식하였고, 주요한 내용이 상세히 보도되었기에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다. 이러한 기후나 환경보고서가 발표되었다는 소식은 이전에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고 한결같이 어두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일반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못 궁금하다.


필자는 기후나 환경 관련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과학적인 관점에 관하여 일반인보다는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그 동안 발표된 많은 기후나 환경관련 연구 결과는 과학적인 면에서 확실한 인과관계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고서들은 과학적인 자료를 사용하지만 오히려 정치적인 이슈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기에 또 다른 정치적 행사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환경문제는 정치·경제 문제-


환경문제는 점점 더 경제와 관련이 밀접하게 되고 이러한 경제문제는 곧바로 정치문제와 연관된다. 어느 나라나 초기에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선 먹고 사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을 할 때에는 환경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것은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현재의 선진국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라들의 초기 산업혁명 당시 환경은 현재 초기 공업화 단계에 있는 나라의 열악한 환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면 안락한 삶을 추구하고 주변 환경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경제적 여유가 생겼기에 그 동안 망가진 환경을 복원하고 더 이상 환경에 해가 되지 않도록 환경 투자를 시작한다.


그러나 환경의 안락 정도와 환경 투자는 항상 상호교환적이다. 즉 안락한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서는 그만큼 환경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의 모든 수입을 환경을 위해 투자하면 최고 수준의 안락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는 환경 이외에 예산을 투입해야 할 부문이 너무나 많다.


따라서 적당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가 된다. 환경은 공공재이고 각 시민들이 생각하는 안락도도 같지 않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환경 투자를 위해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것에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번 보고서와 같이 많은 관련 과학자들이 참여하여 만든 보고서에 포함된 과학적 내용은 어떠한 의미를 주는 것인가? 이번 보고서를 만드는 데는 2500명 정도의 과학자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것의 의미는 언뜻 생각하기에, “각계 전문가가 망라되어 참여하였기에 정말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에 근거한 보고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명백하고 확실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몇 명의 과학자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은 과학자가 동원되었다면 정말로 많은 과학적 가설이 포함되고 가설 사이의 연결도 복잡하여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정말 그럴 듯한지 판단하기 매우 힘들 것 같다. 즉 대기학, 해양학, 열역학, 천문학, 이온 화학 등등 관련 학문 분야의 수십 종의 가설들을 연계하여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였다면 어느 정도나 믿을 만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미래예측 불확실성 줄여야-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서 과학의 역할은 현 과학수준으로 할 수 있는 한도에서의 불확실성 제거이다.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남은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일도 역시 과학자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는 과학발전에 투자한다.


그러면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필자의 생각은 앞서 언급한 경제적 고려와 정치적 결단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 보고서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 온난화의 전 지구적인 환경을 논의할 때뿐만 아니라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국내 어느 지역의 환경문제를 논의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