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둔재의 천재 교육

입력: 2007년 03월 08일 18:18:22

 

3월이 되면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주요 업무 중 하나인 필자는 다짐하는 일이 있다.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학기가 끝날 때 내 강의에 대한 나 자신의 평가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었고, 학생들에 의한 평가도 역시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반복되는 결과를 얻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잘 가르치는 것이고, 학생들의 실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강의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위안삼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필자는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하여 배워 본 적이 없다.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 강의를 들었던 경험을 응용하여 나름대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강의를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필자도 수많은 강의를 들어보았지만 내용에 관계없이 정말 잘 하는 강의였다라고 꼽을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초·중등 교사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교육대학 또는 사범대학에서 교육시키는 방법을 4년 동안 배우는데 대학교수는 왜 교수법을 전혀 배우지 않고 전공 공부만 하고 나서 가르쳐도 되는가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도 같다. 지금은 대학생이 많아졌지만 초기의 대학교육은 극소수가 받을 수 있었다.


-교수법 배워본적 없는 교수-


초기의 대학 교육은 요새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의실 풍경이 아니라 그룹 토의나 개인 교습에 가까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교수법에 의존하기보다는 학문적 능력이 뛰어난 교수가 소수의 엘리트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으로 대학 교육의 요구가 증대하였기에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변화하였다. 대학 강의실의 수강생은 오히려 초·중등 교실의 학생 수보다 많아졌고 대학에서의 강의도 초·중등 과정의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볼 수 있지만,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도 한 강좌에 수백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면 이러한 역사적 고찰로부터 대학교육의 변천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이 발전하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엘리트 교육이었고 매우 소수의 천재 교수가 소수의 엘리트 학생 천재를 교육시키는 곳이 대학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대학교육은 대중교육이 되었다. 대학은 학생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가르치는 교수도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천재와 둔재가 뒤섞인 교수들로부터 역시 천재와 둔재가 뒤섞인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대학에서 다음과 같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천재 교수가 천재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 천재 교수가 둔재 학생을, 둔재 교수가 천재 학생을, 그리고 둔재 교수가 둔재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교육이 퀴즈왕을 만들기 위하여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문제는 없다.(교수는 외우기 숙제만 내주고 학생들이 외웠나 검사만 하면 되기 때문) 그러나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은 창조적 지식의 생산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천재 교수가 천재 학생을 발굴하여 가르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대학이라는 교육 시스템을 고안하였다. 그런데 그러한 대학에서 이제 어떤 경우에는 둔재가 천재를 가르쳐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대학에서뿐 아니라 초·중등 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영재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중등학교에서는 영재들을 선발하여 따로 영재를 교육시킨다. 그런데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은 과연 영재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영재교육법 연구해야할 때-


이것은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라는 아인슈타인도 천재 교육이 아닌 당시 보통 교육을 받았다. 아인슈타인을 가르친 선생님들이 천재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기에 둔재가 천재를 교육시킨 것 같다. 즉 둔재들이 천재들을 종종 교육시켜 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 암기 위주 초·중등 교육과 천재 선별 입시제도 도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대중화 대학교육이 된 상황에서 섞여 있는 소수 천재학생을 둔재 선생님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전승준/고려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