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과학 홍보 전문가를 육성하자

입력: 2007년 04월 05일 18:07:06

 

〈전승준/ 고려대교수·화학〉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의 날이 있고, 각종 과학관련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일반인들과 학생들이 과학 행사를 풍성하게 만날 수 있는 달이다. 과학대중화와 관련, 정부지원기관이나 민간단체들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느라 매우 분주한 달이기도 하다. 최근 과학의 대중화는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국민들이 과학은 비록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하지만, 국가발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정부예산 투자를 지지하며, 최근 정부예산의 부문별 증가율도 거의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과학홍보에 대한 정부지원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4월의 과학행사가 매년 반복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든가 우리나라 국민의 과학 이해력이나 관심이 증가하는 데 특별히 기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 효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현재 과학홍보에 무엇인가 부족한 듯하다.


과학홍보는 매우 전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학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홍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좋은 홍보를 위하여 과학적 재능과는 다른, 대중들이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가는 꼭 과학 분야를 전공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고, 오히려 인문 또는 예술적 재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전문가가 필요하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거의 없기에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과 소통위한 징검다리役-


이것을 위하여 대학이나 대학원에 전공과정으로 만들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데, 직업의 수요가 불분명하기에 좋은 방안은 아닌 것 같고, 국내 또는 외국 유학을 할 수 있는 장학제도나 일정 기간을 연수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과학 홍보를 위하여 다른 효과적 방법은 과학자보다 대중과 더 자주 소통하는 언론인, 소설가, 극작가, 만화작가, 예술가, 게임프로그래머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에게 과학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과학관련 주제를 어렵지 않게 이용하여 그들의 글이나 작품에 소재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영국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는 yBa(young British artist)운동의 주역인 데미언 허스트는 그의 독특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하여 생물학, 해부학과 같은 전문 과학분야를 상당히 공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이벤트적 성격을 갖는 일회성 강좌보다는 관심 분야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을 배우고 토론하는 단기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누가 가르칠 수 있는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한 가지 제안은 연구소를 지원하여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교육과정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과학재단의 이공계 우수연구센터를 지원하는 사업과 같은 연구소 지원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과학분야 홍보인력을 육성하는 방법과 인문예술분야에서 과학적 주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연구소를 설립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인문대학이나 예술대학에 설립하도록 하여 과학자들과 협동하여 운영하면서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 훌륭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고 특히 최근 정년퇴직을 하신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을 과학홍보에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전문가 육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어떤 동료 교수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일화로 대답을 대신할까 한다. 그 교수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학교에서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선생님을 초청하여 강연을 가졌다. 그 교장 선생님은 학자라기보다 직접 체험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농민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을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 강연을 들은 후 대학의 전공을 농과계통으로 지망하겠다는 학생이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학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여 농학분야의 훌륭한 학자이신 농과대학 학장님을 초빙하여 강연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농과대학을 가겠다고 하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