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익숙하지만 해답 못찾는 문제

입력: 2007년 05월 03일 18:54:10

〈전승준/고려대 교수·화학〉


얼마 전 우리나라 유수 재벌 회장의 ‘샌드위치론’ 발언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면서 우리나라는 샌드위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한국경제를 진단한 표현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주요 언론 보도에 대하여 호들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를 너무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정부 경제관련 주무장관의 발언은 더욱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보도들을 보면서 필자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고, 또한 과학에서도 주요 연구주제가 유행을 할 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필자도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자체의 원천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우리 경제의 샌드위치 상태는 자주 언급했던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은 필자가 처음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독자적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흔히 사용되었던 내용이다. 또한 경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당연히 이렇게 분석하리라 생각하며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내용을 유명인이 발언을 하니까 대단한 보도거리가 되는 것에 의아한 생각이 든 것이다.


-복합적 난제 과학접근 애먹어-


그러나 과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 같다. 과학이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현상들은 수없이 많다.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이러한 현상들을 가끔 유명한 과학자들이 다시 언급을 한다. 그러면 주위 과학자들은 두 부류로 대응한다. 한 부류는 ‘옳소’ 하고 맞장구를 쳐주는 일종의 추종자 그룹이다. 또 다른 부류는 ‘그 문제는 나도 알아.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잘 알려진 하나마나한 이야기는 왜 하나’ 하며 언급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샌드위치론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에서는 후자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과학적으로 해결이 안 되어 있는 어려운 주제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순수한 과학적인 문제로서 현재 알려진 과학적 방법만으로 아주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문제 자체를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기에 천재 과학자라는 사람들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문제이다. 예를 들면, 생명현상은 생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의 운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와 같은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적인 문제인 것 같지만 다른 분야를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이다. 사회적인 이슈가 포함된 복합적인 문제로서 무척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입장에서도 어디까지가 과학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과학적인 해답을 찾기 힘든 문제이다. 예를 들면 생태환경 보존과 같은 문제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확실한 것은 문제는 알고 있는데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더욱 깊이 살펴보면 순수하게 과학적이거나 과학 이외의 것이 포함된 복합적인 경우나 문제가 과학적으로 다루기에는 모호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재적인 과학자들은 보통 사람들이라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재정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풀 수 있도록 재구성된 문제에 대하여 처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고 보여진다. 물론 처음 제시된 해결 방안은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후속의 과학자들은 천재에 의하여 재구성된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어쩌면 더 좋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천재가 재정의한 문제를 중심으로 많은 후속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더욱 적합한 해결방안이 확립되고 학문의 진보를 가져 온다.


-해법찾기엔 창조적 능력 필요-


문제에 대한 의문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해결이 안되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재정의하는 과정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창조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현상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고 해결책을 다양하게 제안할 수 있도록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할 사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