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과학적 발견의 ‘차차차 이론’

입력: 2007년 08월 30일 17:50:30

 

〈전승준/고려대 교수·화학〉


과학 전반을 다루는 학술잡지인 사이언스 최근호(8월10일자)에 과학적 발견의 ‘차차차(cha-cha-cha) 이론’을 소개하는 코시랜드 교수의 글이 실렸다. 코시랜드 교수는 이 글이 잡지에 발표되기 직전에 돌아가셨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 대학의 생화학(분자세포생물학) 전공 교수였다. 1985년에서 95년까지 사이언스지의 편집장이었기에 과학 전반의 발전을 지켜본 경험을 통하여 이 이론을 제안한 것 같다. 이 글에서 문명발전에 기여한 모든 과학적 발견들은 나름대로 제각기 특징이 있지만, 크게 3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3가지는 충전형(charge), 도전형(challenge), 기회형(chance)으로 단어 알파벳의 공통되는 첫 세 글자만을 따서 ‘차차차’ 이론이라고 명명했다.


충전형 과학적 발견은 뉴턴이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하늘의 태양과 별들의 움직임으로부터 만류인력 개념을 고안하여 관찰한 현상을 정확히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처럼, 모든 사람이 그 현상을 보아왔지만 발견자만이 앞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과학적 개념과 방식으로 현상의 과학적 설명방법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이 유형의 또 다른 예로는, 누구나 부모와 자식이 외형적으로 닮은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멘델이 처음으로 유전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충전·도전·기회형으로 구분-


도전형은 그 시대의 과학적 이론으로는 설명이 될 수 없거나 배치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그 시대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여러 과학자들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견자만이 해결하는 경우도 있고, 발견자만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이론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예로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경우인데,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에 다가오는 빛은 당시의 뉴턴 역학에서 상대속도 개념으로는 관찰자에 의하여 빛 속도의 2배 속도로 관찰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여러 관점에서 측정된 빛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는 결과에 대하여 아인슈타인이 의문을 품었고, 그 결과 빛의 속도는 일정하고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상대적 속도에 따라 공간의 크기가 변화된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였다.


마지막으로 기회형은 발견자가 뜻밖에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완전히 우연에 의한 발견이기보다는 ‘준비된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연구를 하다가 본래의 연구 의도와는 다른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그 이전에 다른 과학자도 그러한 현상을 관찰하였지만 무심코 지나쳤으나 발견자는 그것의 중요성을 알아낸 경우로서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이나 플레밍의 페니실린의 발견과 같은 예를 들 수 있다.


차차차 이론의 세 가지 유형은 과학적 발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독창성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분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충전형은 문제의 인식보다는 해결 방안에 독창성이 있고, 도전형은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 모두에서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고, 기회형은 문제의 인식에서 더 독창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유형 모두의 공통점은 과학적 발견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적 배경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현상을 탐구하고자 하는 열성적인 마음을 가진, 즉 ‘준비된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부단히 노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된 여러 개념과 이론이 융합되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수학적 미분법과 물리학적 운동법칙을 고안하고 이를 융합하여 결국 만유인력의 개념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준비된 마음’있어야 성취 이뤄-


이 차차차 이론은 예를 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과학적 발견뿐 아니라 일상적인 작은 과학적 발견에도 적용될 수 있고, 과학 이외의 발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코시랜드 교수는 주장하였다. 세 가지 유형은 과학적 성과 이외의 문명에 기여한 제도, 문화 형성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즉,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사건을 관찰하고 그것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보고 발전된 제도를 모색하는 것도 유사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의 독창성을 기르는 것은 훌륭한 인재육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