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과학선진국 문턱 넘으려면

입력: 2007년 09월 27일 17:51:57

전승준

고려대교수 화학 

지난 20일 2008년도 정부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총예산은 올해보다 7.9% 증가한 257조3000억원이다.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복지, 교육, 국방 예산 순으로 일반회계에서 이 세 부문을 합하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고 있다. 부문별 2007년 대비 증가율로는 교육과 연구개발이 각 13.6%와 11.2%로 가장 높았다. 이 두 부문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참여정부 동안 연구개발 예산은 2배가량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의 수장이 부총리로 승격되었고, 청와대 내에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보좌관 직이 신설되었으며, 연구개발의 예산편성과 종합조정을 담당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설치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오랫동안 원하였던 것이었기에 참여정부는 어떤 면에서 과학기술계 숙원사업을 일거에 해결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온 국민이 일치되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나 정치권에서 대립되는 이슈는 아니다. 이전에는 말로만 외치던 연구개발 투자나 정부 조직 개편을 상당 부분 실행하였다는 점에서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 크게 공헌하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투자 늘었지만 질적 지표 답보-


그러나 아직 무엇인가 부족한 것 같다. 그것이 정부의 일인지 과학기술계의 일인지 불분명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참여정부가 시작할 때나 지금 시점에서나 여전히 과학기술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것이다. 양적 투자를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더 나아졌지만 과학 선진국을 나타내는 질적인 지표에서 우리는 아직 중진국이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면 아직 우리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한국과학재단에서 공모하는 일부 연구지원사업은 선정률이 10%대로 떨어졌다. 특히 신진 연구자에게 지원하는 사업이 10%대의 선정률을 보이는 것은 우리의 앞날을 더욱 걱정스럽게 만든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상당히 증가를 하였는데도 현장 연구자들은 연구비 투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2위인 데 비하여 정부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7~8위 수준이다. 총연구개발 투자도 GDP의 3%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의 순위이다. 연구개발 예산을 획기적으로 더 늘리는 것은 쉽지 않고 늘린다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효과도 의심스럽다. 그러면 과학기술자들이 연구를 등한시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연구현장에 있는 필자로서 대학이나 연구소의 대다수 연구자들은 실제로 열심히 노력한다. 즉, 정부투자와 연구자의 노력은 상당한데 다른 무엇인가가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 부족한 것을 필자는 다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비효율적인 연구지원 시스템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지원 사업의 낮은 선정률도 연구비 배분 체제가 비효율적인 것이다. 연구자가 과학기술 공무원을 열심히 찾아다녀야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연구사업 시행체제가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이 적은 것도 대학 교육과 연구지원 시스템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국민들은 물론 과학기술인들의 선진 과학적 마인드 부족이다.


-연구지원·활용 시스템 개선을-


과학적 마인드는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조화시켜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태도이다. 이것은 앞의 효율적인 제도를 확립하기 위하여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고 따르는 모든 참여자가 가져야 할 태도이다. 세 번째로 연구결과가 활용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내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예가 없었던 우리만의 창조적 방식으로 연구결과가 효과적으로 신산업을 창출하여 국민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상의 세 가지는 투자와 노력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말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