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점 보는 재미도 있어야죠”

입력: 2007년 11월 08일 18:01:54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 때가 다가오면 점보는 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지난 선거 때 용하다는 역술가들도 별로 맞히지 못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미래 예측이 직업인 사람조차도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 예다. 인류문명이 시작된 이래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고자 무던히 노력하였다. 과학도 그 과정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의 위대한 천문 과학자들 중 상당수가 점성술을 연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 근대 과학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천문학자였던 티코 브라헤나 요하네스 케플러도 점성술로 미래 예측을 해주면서 천문관측이나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궁정귀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었다.


과학기술사에서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한 예는 19세기 말 무선통신의 발명이다.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1894년 10m 떨어진 거리의 벨을 울리게 하는 무선통신을 처음으로 성공시켰다. 이 기술은 현재 우리에게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무선통신기기에 적용되고 있고 정보통신이라는 산업분야를 꽃피우게 한 중요한 발명이다.


- 미래 예측 어디까지 가능한가 -


마르코니는 더욱 발전시켜 2.4㎞의 거리에 신호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향상시킨 다음 이탈리아 정부에 보였으나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마르코니는 영국으로 건너가 연구를 계속하여 1897년 특허를 획득한 다음, 부유한 친지의 도움으로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 무선 기술은 도버해협에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통신을 성공시켰고, 영국 육군과 해군이 이 기술을 산 첫번째 고객이 되었다. 1901년에 대서양을 건너는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마르코니는 부를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광까지 얻었다. 이를 보면 이탈리아 정부는 불과 몇 년 내에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이 될 무선 기술의 중요성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미래 예측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두 가지 태도로 접근하는 것 같다. 하나는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근거에 의하여 예측하는 경우로 넓은 의미로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측이다. 다른 하나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예측하는 사람의 직관에 의한 예측으로 일반적으로 역술인들이 예측하는 것이다. 후자의 예는 정감록과 같은 책이나 예언서로 소개되기도 한다. 전자의 예는 신문의 경제난을 보면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를 예측하는 기사이다. 이러한 기사 중에 어느 한 쪽을 근거를 제시하며 예측하기도 하지만 어떤 기사는 오를 수 있는 이유와 내릴 수 있는 이유를 열거하고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제시하는 예측이라고 볼 수는 없는 기사도 있다. 예측이 들어맞는 경우 예언자는 주목을 받는다. 역술인의 예언서는 책으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지만 하나의 이야깃거리로서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학적 근거에 의한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현재 미국 뉴욕타임스의 고정 칼럼을 쓰고 있는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 교수인 폴 크루그먼은 우리에게 쓰라린 경험인 IMF 사태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몇 년 앞서 발표한 글에서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예측하였다. 그의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일반적으로 투입 단위당 생산성 증가에 의한 성장인 반면, 50년대 말 소련의 경제성장은 투입의 증가에 의한 것이었고 투입 양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한계를 맞이하였던 것과 같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도 생산성 증가가 수반되지 않는 성장은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다.


- 과학자도 역술가도 “글쎄요” -


그러면 과학이 발전하면 과학적인 예측 능력도 발전하고 결국에는 미래를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좀더 명확히 정의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적 예측은 필요한 필수적인 요인 몇 가지를 분석·종합하여 가장 큰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수적이라고 예상한 요인 몇 가지 이외에 다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면 틀리게 된다. 그러면 과학이 발전하여, 예를 들어 무한 용량의 컴퓨터가 만들어져, 모든 요인들을 고려하면 모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 것 같다. 글쎄, 이 문제는 과학의 한계와도 관련되는 문제라고 생각되며 대다수 과학자들도 답하기 힘들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은 ‘점보는 재미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이다.


〈전승준 고려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