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무선통신과 주파수 분할

입력: 2008년 01월 31일 18:06:23

 

요새 일 때문에 북악산을 바라보며 자주 걷는 기회가 생겼다. 북악산은 백악산이라고도 불린다. 며칠 전 서울에 눈이 밤새 내렸을 때 북악산이 하얀 눈으로 덮인 모습은 백악이라 할 만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하얀색은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을 합쳐놓았을 때 보이는 것으로 뉴턴이 프리즘을 통하여 하얀색이 무지개 빛으로 갈라지는 것을 처음 보여 주었다. 빛은 과학적으로 전자기파의 한 종류이다. 즉 전기장의 세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파동으로 에너지가 전달되는 하나의 방법이다. 따라서 한번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역으로 1초에 진동하는 수인 주파수)에 따라서 빛의 색이 달라진다.


만약 모든 사람한테 무엇이든지 노란색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다들 어이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요새 많은 나라들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 TV와 달리 비싼 통화요금 -


빛은 전자기파의 적은 일부분이다. 눈에 보이는 빛은 과학적으로는 가시광선이라고 불리는 전자기파로 주파수가 450조에서 750조이다. 노란색의 경우 대략 500조 근처이다. 그런데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아주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X선은 가시광선보다 천배 정도 큰 주파수의 전자기파이고 AM라디오에 사용되는 라디오파는 주파수가 약 백만 정도이다. 우리가 항상 듣고 있는 방송의 경우 라디오파 영역의 주파수를 정부에서 지정하여 특정 주파수의 방송을 청취할 수 있게 한다. 즉 방송국은 할당받은 특정 주파수를 사용하여 음성 또는 영상정보를 송출하고 청취자는 주파수를 선별하여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감지기인 라디오나 TV로 방송을 무료로 청취한다. 공영방송은 시청료를 국가에서 부담하거나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부담시키고 사설방송은 운영비를 방송 광고주에게 부담시킨다. 이 경우는 일반 사람들은 시청만 하면 된다. 그런데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또 다른 통신수단인 무선통신은 사정이 달라진다. 약 수억에서 수십억번의 진동수의 마이크로파 영역이 사용되는데 이 영역의 특정회사 무선전화를 사용하면 사용자는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즉 노란색보다 약 만 배정도 적은 주파수를 사용하고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즉 노란색을 보는 시간의 양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방송은 공짜인데 왜 휴대폰은 돈을 내는가 하는 데 의문을 느끼는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도 관계되는 것으로 주파수가 큰 것과 작은 것 때문에 생기는 차이도 한 원인인 것 같다. 주파수가 작은 것은 파장이 길고 따라서 지상에 어느 정도의 지형적인 방해물이 있어도 멀리 전달된다. 그러나 주파수가 큰 것은 파장이 짧아 약간의 방해물에도 전달이 잘 안된다. 따라서 방송은 전자기파를 송신하는 송신탑을 많이 세우지 않아도 되지만, 무선통신은 송신의 중계소를 많이 세워야 하기 때문에 초기 설비비가 많이 소요된다. 그리고 주파수는 한정되기에 분할하여 할당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요새 통신료 인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장기적인 해결 방안으로 주파수가 연속적임으로 만약 주파수를 더 촘촘하게 분할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주파수를 팔아 경쟁을 유도하여 시장원리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통신료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촘촘하게 분할하는 문제는 인접 주파수가 서로 간섭을 받지 않고 통신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세분하는 기술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전자기파의 주파수 영역은 매우 넓기 때문에 현재 통신에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를 사용하는 새로운 통신 수단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 분할기술 발달땐 ‘공짜’ 가능 -


주파수가 크면 멀리가지 못하지만 방향성을 좋게 할 수 있고 주파수가 작으면 멀리 보낼 수 있어 국경을 벗어나는 통신에 사용된다. 주파수의 분할뿐 아니라 사용기술 그리고 그 주파수 송수신기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어 무선 통신이 발전할 것이다. 그러면 사용자는 노란색을 보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까 아니면 공짜가 될 것인가 궁금하다.


〈 전 승 준고려대교수화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