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과학 2.0

 전승준 | 고려대교수·화학


웹 2.0 기술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언론 매체에 소개되고 블로그가 네티즌 사이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컴퓨터 네트워킹 기술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월드와이드웹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대중적인 표준방식이 되었다.


- 웹 2.0 이용 연구과정 공유 -


처음 시작한 웹 1.0은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찾아 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만 하는 수동적 방식인 반면, 웹 2.0은 대중들이 직접 정보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능동적인 방식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과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발전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대중을 위한 과학잡지인 ‘Scientific American’ 5월호와 좀더 과학전문 잡지이지만 대중적 학술지인 사이언스 3월7일자에 ‘과학 2.0’이라는 제목의 글들이 실렸다.


이 글들은 웹 2.0에 기반하여 과학적 연구의 상호협력 방안에 대한 것으로, 웹 2.0의 도구를 사용하여 연구과정과 결과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경우를 소개하고 있다.


한 예로 MIT대학의 생명공학 연구팀에서 하고 있는 OpenWetWare(www.openwetware.org) 프로젝트는 2005년에 두 개의 연구실 사이에 연구 상황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네티즌이 협력하여 만들어가는 온라인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Wikipedia’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연구하는 학생들은 실험 결과를 웹상에 공개하고 비슷한 일에 관심을 가진 전세계의 연구자들로부터 연구 결과에 대한 의견을 듣고 웹상에서 토론을 한다. 현재 이 사이트는 상당한 관심을 끌어 전세계적으로 3000여명이 등록, 참여하고 있으며 약 6100웹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MIT대학으로부터 독립된 웹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하여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사이트를 늘리기 위하여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OpenWetWare의 일반화된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적 연구에서 연구자 사이의 정보 교환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족한 지식을 다른 학자로부터 얻고자 할 경우나 또는 연구 결과를 알려서 동료학자로부터 의견을 듣고 인정을 받는 것은 과학적 연구의 중요한 과정이다.


- 과학기술 한단계 도약 기대 -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 시대 이래로 해왔던 방식은 연구 상황이나 결과를 다른 과학자와 만나 토론하거나 서신으로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으로 과학 1.0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이러한 방식으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당逵?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지만 과학 2.0이 서서히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연구자들의 상호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빠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특히 대형 프로젝트로서 많은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경우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하여 이러한 방식은 유용할 것 같다.


그러나 과학 2.0이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과정의 웹상 공개는 아이디어를 도난당하거나 지적재산권을 취득할 때 사전 공개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최초 발견의 권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공개는 연구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수도 있고, 오히려 날짜가 정확하게 표시된 공개는 최고 발견의 권리를 더욱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


과학 2.0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의한 과학계의 새로운 시도이며, 짧은 기간 실험에 의하여 장·단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우려는 결국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과학자들의 노력, 그리고 사회적 제도의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발전은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이 계획되어 이루어지기보다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최적의 상황이 만들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일부 연구자들에 의하여 시도되고 있지만 언젠가 과학 2.0이 인류의 과학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 전승준 | 고려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