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에너지 기술, 에너지 정책

입력: 2008년 06월 26일 17:58:36

 

최근 원유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고, 올해 안에 200달러까지 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유를 수입에 완전히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산업계의 타격뿐 아니라,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의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외무역 의존성이 큰 우리 경제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8세기 이래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라고 불리는 석탄, 석유로 이들은 수억년 세월이 흐르면서 동식물의 화석이 지각운동과 더불어 분해되어 만들어진 연료이다. 따라서 지구내의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고 현재 인류가 소모하는 속도로 갈 경우 짧으면 수십년에서 길어야 100~200년 내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문명의 역사는 에너지 활용의 역사와 같이 한다. 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된 것은 추위를 견디고 음식을 익히고 금속을 제련하는 등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불을 더 편리하게 활용하게 하는 에너지를 가진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도약시킨 산업혁명은 18세기에 석탄을 사용한 철강산업과 증기기관의 대중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사용이 더 편리한 석유의 사용이 대중화되었고 특히 교통수단의 연료는 모두 석유제품으로 대체되었다.


- 석탄·석유 머지않아 고갈 -


에너지는 과학기술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 중의 하나이다. 에너지를 얻는 수단으로 나무가 가장 중요할 때에도 더 효율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연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였고, 대표적인 예가 숯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석탄이나 석유도 수천년 전에 사용하였다는 흔적이 발견되었지만 근대에 들어와 경제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의 고안으로 대중화하였다. 에너지 분야 기술발전 특징 중의 하나는 매우 느리다는 데 있다. 한 예로 자동차에 사용하는 납 축전지는 19세기 중엽에 개발된 것으로 그후 자동차가 대중적 교통 수단화하면서 모든 자동차에 사용되었는데, 납은 무겁고 공해 문제가 있지만 100여년이 지난 현재도 상당히 개선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에너지 문제는 자연환경 보호 문제와 맞물리면서 국가적 또는 세계적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에도 산업 선진국은 석탄의 대량 사용이 근로자의 생활 여건과 자연 환경의 파괴로 이어졌고 이를 복구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였다. 현재 과학기술자들이 에너지 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만 성과를 얻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시도되는 다양한 기술적 해결방안 중 어느 것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다. 에너지 체제는 일종의 국가 인프라이며 세계 인프라이다. 인프라의 특징은 만드는 데 엄청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고 일단 구축되면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는 선진국의 경우 산업혁명 초기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나라도 경제 부흥기라고 할 수 있는 박정희 대통령 정부 이래 구축되었다. 필요성과 인센티브는 항상 기술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었고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이에 부응하여 물질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과학기술자들에게 기술개발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에너지 인프라의 전환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지 모른다. 시기를 놓치면 큰 어려움을 맞이할 수도 있다.


- 인프라의 전환 생각할 시점 -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은 거대석상의 미스터리로 유명한 섬이다. 주민들이 섬에 무성하던 나무를 모두 베어 사용한 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이 되었다고 추측한다. 한정된 자원의 고갈 이전에 대비 없이 무분별한 사용에 의한 재앙을 보여주는 예이다. 새 정부는 에너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신중하지만 과감한 정책적 판단에 의하여 우리의 과학기술력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전승준|고려대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