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우리의 선진국 모델 ‘G7’

입력: 2008년 08월 21일 18:15:37

베이징올림픽은 온 국민의 관심사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최근 어두웠던 국내 경제와 사회 문제에 다소 위안을 주고 있다. 금메달 10개의 목표를 달성하여 메달 순위에서 10위 정도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우리의 경제규모는 2007년도 국내총생산(GDP)으로 세계 13위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나라이다.


지난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이하여 과거를 되돌아보았을 때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가 이 정도의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룬 것은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선진국 진입은 앞으로 얼마동안 어떠한 노력으로 도달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학기술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우리 인구규모 수준에서 선진국은 G7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인구가 5000만명인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은 높지만 인구가 수백만명 정도인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등과 같은 선진국을 우리의 모델로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과학기술 질적 선진화 필수 -


인구규모가 작은 나라는 일이십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도 경제수준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구규모에서는 경제수준 향상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G7 선진국은 적어도 지난 100년간 선진국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서구 근대화 이후 일찍이 산업국가로 발돋움하였던 대국들이 여전히 선진국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G7의 경제수준에 도달한다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을 성취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상반된 평가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의 일부 지표에서는 이미 세계 7위권에 도달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과학 경쟁력은 2007년 세계 5위였다. 그리고 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 투자 비율도 2007년 3.23%로 세계 5위이고, 정부 연구개발비 규모도 2008년도 10.8조원으로 세계 7위이다.


그러나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가 한 명도 없고(한 명이라도 배출한 나라는 26개국), 우수학술지 논문(SCI) 발표 수는 세계 11위 수준이나 발표 논문의 질적인 면을 나타내는 SCI 피인용도는 세계 28위로서 과학기술의 산출, 특히 질적인 면에서 아직 중진국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의 과학기술 연구결과의 산업적 활용도도 미미하다고 한다. 이러한 지표들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투자의지는 상당하지만 사회경제적 기여는 아직 미흡한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고 G7과 같은 선진국이 되기 위하여 적어도 다음 두 가지가 중요할 것 같다. 하나는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성격에서 무척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선진국의 예를 보면 발전을 이루는 데 수십년 이상 소요되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계의 자율성 확대이다.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관 주도의 기획·시행이 잘 작동하였으나 앞으로 선진국 도약을 위하여 민간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경우 전문가가 주요사안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


- 50년 장기 투자땐 가능할 것 -


이번 올림픽에서 보면 각 종목 코치들은 거의 그 분야 선수 출신이다. 즉 스포츠 분야에서 그 종목 전문가에 의하여 좋은 선수가 육성되는 것과 같이 과학기술계도 과학기술 전문가에 의하여 훌륭한 과학기술자가 육성된다. 이 두 가지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20, 30년을 내다보면서 과학기술 역량 육성’과 선거과정에서 언급한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은 최소화’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필자 생각에는 지금부터 50년을 인내하고 노력할 각오를 하는 것이다. 반만년 역사에서 50년은 짧은 기간이다. 우리 한 세대가 노력하여 후대에 선진국이 된다면 우리 세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세대가 될 것이다.


<전승준|고려대 교수·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