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소통기술’ 발전 막는 규제

 전승준 | 고려대 교수·화학


정보화시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사회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개인 컴퓨터로부터 시작한 IT 기술의 대중화는 인터넷을 통하여 일반인들이 대량의 정보를 더욱 쉽게 얻게 되어,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을 글 못 읽는 사람인 문맹에 빗대어 컴맹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보 소통 능력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특징이다. 인류학자인 제러미 다이아몬드 교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약 수만년 전 인간의 성대 변화로 인하여 구분할 수 있는 여러 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말로써 서로 소통을 자유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능력이 그 이전 수십만년 동안 별로 발전이 없었던 인류가 갑자기 효율적으로 사냥하고, 도구를 만들고, 벽화를 그릴 수 있게 되어 현재의 인류 문명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에서 소통의 방법은 계속 발전하였다. 말은 소통방법으로써 공간상에 제약이 있다. 공간상의 전달 범위가 최대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그리고 보관하고 축적할 수 없다. 따라서 수천년 전에 언어를 기록하는 문자가 발명되었고 이를 편리하게 기록하도록 종이도 발명되었다. 현재 우리가 수천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도 문자의 기록 덕분이다.


그러나 문자가 발명된 후에도 극히 일부 사람들만 문자를 읽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정보는 극소수의 전유물이었다. 서양의 경우 기독교 신앙이 매우 중요한 시기인 중세시대에는 성직자들만이 글을 배우고 쓸 수 있어 필사본 성경을 읽을 수 있었다.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쇄술을 꼽은 바와 같이 인쇄는 정보를 일반인에게 쉽게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식이 문자를 통하여 인쇄물로 남는 것은 공간상으로 널리 퍼질 수 있고 시간적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전수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전화와 무선전신의 발명은 지구 반대편까지 즉시 소통할 수 있게 하였고, 휴대폰은 소통의 공간상 제약을 더욱 해소시켰다.


인류 문명이 발전한 이래 지식의 축적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최근 더 좋은 정보소통 방법을 요청하였다. 최근 발전한 인터넷은 이러한 대량의 정보를 유통시키는 수단이다. 소통 기술은 정보를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 소통을 막는 노력도 한다. 왜냐하면 일부 집단의 정보 독점욕 때문이기도 하고, 또는 많은 사람이 알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지금도 유사시 법적으로 정당하게 언론의 사전 검열을 한다.


최근 인터넷에 개인 사생활이 공개되거나 게시판을 통하여 인신공격을 한다거나 하여 인터넷의 정보소통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것은 기술을 오용하는 한 예이다. 과학기술은 지속적으로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항상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생긴다. 환경오염이 그 예의 하나다. 그렇기에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 규제가 기술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율과 규제의 경계를 미묘하게 조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경향신문 2008/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