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10년후 과학의 달 상상

 전승준|고려대 교수·화학


4월은 과학의 달이다. 10년 후인 2019년 4월, 과학의 달에 어떤 과학기술 관련 칼럼이 나올까 상상해본다.


우울한 시나리오. “올해 과학의 달 행사도 ‘과학기술은 선진국 도약의 힘’이라는 구호와 함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구호가 20년 이상 사용한 진부한 것인 만큼이나 행사도 새로운 것이 없고 과학계 또한 우울한 것 같다. 내년도 과학기술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으로 약 150조원을 투입하였다. 이명박 정부 5년간 70조원 정도,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 결과이다. 그러나 투입대비 성과에 대하여 예산 관련 정부관계자와 시민 단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약 50년 전 박정희 정부시절 시작한 경제개발을 위한 과학기술지원이라는 패러다임을 계속 유지하면서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응용·개발연구 위주로 지원하여 아직도 정부 예산중 기초연구 20%, 응용연구 30%, 개발연구 50%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전 기초원천연구 비중을 2012년까지 50%까지 늘리는 시도가 있었지만 명목상으로만 달성하고 그 후 정부에서 실질적 기초연구비중을 조사하자 20%대로 대폭 감소하였다. 정부는 응용·개발연구 투자를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사업당 수백억원씩 수많은 연구사업을 지원하였지만 거의 대부분 선진국을 따라한 미투(me too) 연구로 명목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데 경제적으로 별로 소득이 없었고 단지 어려운 기업들을 잠시 도와준 정도에 불과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농업계의 비난을 받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5년 동안 농업 부문에 약 200조원을 투입하였지만 농업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하였다는 상황이 현재 과학기술계에서 재현되는 듯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밝은 시나리오. “올해 과학의 달은 전 국민의 축복과 함께 보낼 것 같다. 지난해 말 우리가 그렇게도 염원하였던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그것도 과학 두 부문에서 두 명을 배출하였다. 또한 올해 말 우리나라에서 자력으로 달에 우주선을 보낼 예정으로 있다. 이는 그 동안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이룩한 결실을 맺는 과정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업적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산업계로부터 나오는 최근 성원이다.


산업계는 지난 10년 간 과학기술계로부터 나온 기초원천 기술을 세계 시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세계 최고 20대 기업에 한국기업 2개가 추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10년 전 이명박 정부가 정부 연구·개발 투자의 패러다임을 그 이전의 응용·개발연구에서 기초원천연구 중심 투자로 변화시켰고, 그 후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학과 출연 연구원의 기초원천 연구 결과가 산업체의 개발연구로 이어지도록 산학연 역할 분담과 연계를 원활히 하는데 주력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2008년 후반기에 시작한 혹독한 경제 불황 후 지난 수년 간의 호황에서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연 어떤 쪽일까?

경향신문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