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첨단기술의 총아 F1 머신

 전승준|고려대 교수·화학

4월 중순쯤 중국 상하이에서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가 개최되었다. 1년 동안 17개 도시를 돌면서 개최하는데 상하이 F1은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자 유치하여 2004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에 전남 영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여러 종류의 자동차 경주 대회가 있지만 F1은 단연 최고 인기 자동차경주로 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F1의 경주용 자동차는 ‘머신’이라고 부른다. 보통 1대에 100억원 정도하는 이 머신은 최첨단 부품으로 구성되어 자동차에 관련된 첨단과학기술의 총아라고 부를 수 있다. 배기량이 2400㏄, 8기통이고 1초에 300번을 회전하는 엔진은 KTX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탄소섬유로 만든 브레이크는 수백도 온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특수 제작한다. 차 무게는 가능한 한 가볍게 만들려고 하지만 규정상 드라이버가 탑승하였을 때 605㎏을 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2000㏄ 승용차 무게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반 스포츠는 근력, 반사신경, 집중력 등 인간능력의 경주이다. 대중적인 스포츠는 도구없이 또는 공, 배트, 라켓 등 매우 단순한 운동기구를 사용하여 인간 능력의 최대화를 경주하는 시합이며, 필요에 따라 과학적 분석과 훈련을 통하여 단련한다. 그래서 대중적 스포츠는 큰 돈 안들이고 직접 또는 보고 즐길 수 있다. F1에서도 운전자는 단순히 운전능력만 가지면 되는 것이 아니다. 약 두 시간 레이스 동안 좌석 뒤의 뜨거운 엔진, 그리고 1000도 가까운 브레이크 열, 달궈진 경기장 바닥으로부터 50도 이상 가열된 좁은 운전석에서 코너를 돌 때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을 육체적으로 견디면서 경기에 이기기 위하여 집중하는 것은 일반 스포츠만큼 극한의 인간능력을 요구한다. 또한 팀은 기술지원과 정비인력을 포함하여 수십명이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가져야 한다. 4개의 타이어 교환을 수초 안에 끝내야 하기에 만약 한 번의 볼트 조이는 실수는 경기에 치명적이다.

그리고 F1은 거기에 더하여 엄청난 돈이 드는 스포츠이다. 한 팀의 1년 운영 예산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F1 머신스포츠는 부자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1976년 이래 F1대회를 유치하고 있고, 올해 아시아권에서 도요타팀과 인도팀이 출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혼다팀도 출전했는데, 감독은 전설적 F1 드라이버 마이클 슈마허의 기술감독이었던 로스 브라운이었고 별로 좋지 않은 성적을 내었다. 혼다는 그가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부탁을 져버리고 스폰서를 포기했다. 브라운은 어렵사리 스폰서를 구하여 팀을 인수해 브라운GP팀을 만들어 올해 대회를 출전하였는데 올해 열린 4개 대회 중 3개 대회를 우승하는 대이변을 낳고 있다. 바뀐 규정에 먼저 적응한 경주차의 기술적 변화 결과이다.

이와 같이 머신스포츠는 인간능력, 팀워크, 과학기술, 돈이 어우러진 스포츠이고, 능력있는 선수에 더해 엄청난 예산과 과학기술자가 참여해야 한다. 이런 종류의 다른 스포츠로는 아메리카컵 요트 경기도 있다. 바다가 없는 스위스가 로잔연방공과대학의 신소재 기술로 만든 1000억원짜리 요트로 2007년 우승하였다. 언젠가 머신스포츠 올림픽이 열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경향신문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