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평양과기대 개교를 기대하며
전승준 | 고려대 교수 화학
지난 9월 중순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 준공식에 다녀왔다. 평양과기대는 2001년도부터 설립이 추진되어 이번에 1단계 대학 건물을 완공하는 기념식을 갖게 되었다. 평양시내로부터 남쪽 외곽 평양개성고속도로 변에 위치하며 100만㎡의 대지에 본관, 학사동, 기숙사 등 교육에 필수적인 건물들이 우선 완공되었다. 평양과기대는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을 졸업한 우수한 학생들을 석·박사 과정에 입학시켜 북한의 과학기술 엘리트를 육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선은 정보통신, 산업경영, 농업식품생명의 세 분야의 전공과정을 둘 예정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명문 대학은 우수한 학생, 우수한 교수, 좋은 교육과 연구 환경, 그리고 명성을 만든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신설대학이 명문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왜냐하면 명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과정과 환경은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여 졸업생의 사회적 평판도를 높이게 되고, 교수의 우수한 연구결과가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의 사회기여 증진에 의하여 명성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명성은 다시 우수한 학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면서 명성이 더욱 쌓이는 선순환 체제가 되고 명성을 만들어간 역사를 가진 명문 대학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 엘리트 육성을 위하여 1970년대 초 한국과학원(KAIST)을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설립하였다. 설립 당시 학생 전원 장학금, 병역 혜택 등을 부여하여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였고, 교수진도 우수한 학자들을 해외로부터 영입하였다. 대학을 단순한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였던 당시에 연구다운 연구를 수행하는 유일한 대학이었다. 지난 40년 동안 과학기술 엘리트를 배출하여 산업 발전과 과학기술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고,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기술분야 대학이 되었다. 발전 과정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평양과기대는 내년 초에 개교를 목표로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기본적인 건물을 완공하였고 총장만 임명된 상태이다. 그리고 KAIST의 경우와 같이 북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인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에서 아마도 유일한 사립학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 정부는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설립준비를 하는 분들의 몫일 것 같다. 한국연구재단과 평양과기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참석한 필자의 눈에는 아직 연구를 위한 시설을 거의 갖추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수 교수 영입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마련된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우수한 교수 영입이기에 북한정부의 열린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평양과기대의 빠른 개교와 명문 대학으로의 발전을 기대한다.
경향신문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