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노벨상 수상을 위한 전략

 전승준 | 고려대교수·화학


10월 초는 노벨상을 발표하는 시기다. 전 세계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누가 어떤 연구로 수상할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세계 각국도 자국의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나라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역시나 하고 지나갔다. 올해는 대부분의 수상자가 미국인이어서 ‘노벨 미국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길 바라지만, 학자가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하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국가가 우수한 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 가끔 국내 또는 한국계 외국인으로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학자들을 보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학자의 노벨 과학상 수상을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누가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학자는 적극 지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 그러나 예측을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이유를 스포츠에 비유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노벨상은 올림픽의 세부 종목 메달 경쟁과는 다르다. 오히려 스포츠에서 구기, 격투기, 육상 등 그룹을 분류해 각 그룹의 뛰어난 선수에게 수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구기 부문에서 어느 해에는 축구가 수상하고 다른 해에는 탁구가 수상하는 것이다. 따라서 축구에서 금메달을 받을 실력이어도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종목에서 메달권에 들어야만 수상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잘 한다는 학자는 대개 축구를 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기 종목이므로 연구비를 받기 쉽고,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자주 보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축구처럼 잘해야 16강에 간신히 들어가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하지만 노벨상하고는 거리가 멀 수 있다. 왜냐하면 축구 종목에서 메달권에 드는 것은 필요조건이고 거기에 더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이나 전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974년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요한 크루이프의 네덜란드 팀은 단연 노벨상감이다. 준우승을 했을 뿐 아니라 당시에는 획기적인 토털사커를 처음 선보여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후에 어떤 팀이 토털사커를 조금 더 발전시켜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도 노벨상은 못 받는다. 차라리 탁구에서 획기적인 기술로 메달권에 드는 것이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크다. 어떤 경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구기 종목을 만들어 스포츠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면 노벨상 수상 확률이 있다. 노벨상은 어떤 학문 분야를 상대적으로 평가해 세계적으로 적어도 세번째 안에 드는 학자만이 받을 확률이 있기 때문에 인기분야는 그만큼 우수한 학자들이 많아 수상 확률이 더 낮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탁구나 양궁 등 비인기 분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을 위한 전략이 아닐까?


경향신문 200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