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연구성과가 국부가 되는 길

 전승준 | 고려대 교수·화학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연구성과를 잘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연구의 성패는 활용 정도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구는 결과를 주로 논문으로 발표하는데,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가는 그 논문이 다른 논문에서 얼마나 많이 참조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피인용 횟수로 판단한다. 응용개발연구는 결과가 산업화 연결을 위한 특허로 등록되고 기업에서 활용해 얼마나 수익을 올리는가에 의해 판단한다. 어떤 경우에도 연구개발의 최종적 활용은 삶을 풍요롭게 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의 결과가 산업화에 성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면 연구자의 개인적 이익뿐 아니라 국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돼 국가적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우수한 연구성과 산출에 상당한 노력을 했다. 정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증액한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연구 수행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산·학·연 협력을 통하여 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산출하는 성과를 산업계에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두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하나는 연구 성과의 노하우를 가진 연구자의 교류가 산·학·연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산·학·연을 연계시키기 위한 대부분의 노력은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원 형태였다. 그러나 공동연구뿐 아니라 연구에 참여해 가장 중요한 노하우를 가진 연구원이 산업체에 가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록에 의해 표현할 수 없는 많은 노하우가 있다. 이것을 ‘암묵적 지식’이라고 한다. 필자도 연구자로서 다른 학자가 얻은 결과를 논문에 의존해 재현하는 과정에서 기록되지 않은 노하우를 알아내는 데 수 개월을 소요한 경험이 있다. 특히 산업화 과정에서 암묵적 지식을 기록에 의해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인력이 연구성과와 함께 따라가야 산업화가 수월하게 진행된다. 대부분의 노하우를 가진 연구자는 고급인력이기 때문에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산업화와 연계된 연구성과로 산출하는 특허의 관리체제 확립이다. 일부 정부출연 연구소의 경우 연구성과로서 특허를 많이 산출하였기에 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과 일부 연구소의 경우는 최근까지도 논문 중심의 성과를 산출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관리 체제가 매우 허술하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인터렉추얼 벤처스와 같은 지적재산권사업회사가 ‘특허괴물’로 부각됐다. 특허괴물은 덜 주목받는 특허를 싸게 사들여 대기업의 대형 사업계획에 일부 관련된 특허로 소송을 해 보상을 노리는 기업이다. 이러한 회사가 대학의 특허 관리를 대행하면 우리 대기업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특허괴물은 쓸모있는 특허를 판별할 뿐 아니라, 특허를 쓸모있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으로 수익을 낼 만한 특허를 보유한다.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특허 관리 능력이 부실한 대학이나 정부출연 연구소를 지원하는 특허 관리 체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경향신문 200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