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 가치??????? 

 [1499호] 2005년 02월 27일 (일) 00:00:00 고대신문kunews@kunews.ac.kr 

대학에서 3월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모든 학생에게 새 학년이 시작되는 동시에 새로운 신입생을 맞이하게 된다.  새 학년의 새 마음가짐을 갖고 시작하는 재학생이나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어른들이 흔히 하는 조언 중에 하나가 ‘인생을 가치있게 살도록 노력하여라’ 라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말은 젊은이들로서 어른이 의례적으로 하시는 말씀이구나 하고 들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어른들의 말씀은 어쩌면 인생의 많은 경험에 의한 진솔한 의미가 담겨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삶이 가치가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여 보면 구체적인 의미를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서적가의 베스트셀러로 꼽히고 있는 “경영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면 맨 처음 부분에 ‘가치 창조는 현대 경영학에 생명을 불어 넣은 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사명이기도 하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리고 기업 경영에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혹자는 현대를 가치의 혼돈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시대에도 그 당시 항상 가치의 혼돈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가치 자체가 혼돈을 일으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따라서 이렇듯 주위에서 언급되는 ‘가치’라는 말을 한번 음미해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가치라는 속성은 어떠한 대상이 가지고 있는가?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만이 가치를 가지는가 아니면 추상적인 개념도 가치를 가지는가?  그리고 그 대상이 생겨나는 순간 가치를 보유하게 되는가 아니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창조되는가? 이러한 의문은 대답하기가 쉽진 않은 것 같다. 좀 더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음직하다.  가치는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그보다 먼저 가치는 무엇을 통하여 우리가 알 수 있을까?  아마도 돈으로 환산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금이라고 하면 시중에 팔리는 금값을 계산하면 가치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가는 길이 막힌 굴속에 갇힌 사람이 그러한 금을 가졌을 경우 그 사람도 그 만한 금값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왜냐하면 굴속에 갇힌 사람은 자신을 구해줄 구조대가 와줄 때까지 목숨을 연명할 물이 금보다 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그러면 가치란 상대적인가?  절대적인 가치는 없는 것일까?  혹시 사랑의 가치는 절대적이 아닐까?  그렇다면 가치가 상대적인 경우도 있고 절대적인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면 어떤 경우에 상대적이고 어떤 경우에 절대적인가? 즉 대상의 어떠한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가? 그리고 상대적인 경우 무엇이 가치의 상대성을 결정하는가?   


여러 대상이 있을 때 어떠한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즉 비교 대상이 없이 그 자체로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 아니면 항상 비교 대상에 의하여 상대적인 것으로만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  가치라는 것은 단지 서로 다름을 의미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모든 것이 같은 상황인 두 개의 대상은 가치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서로 다른 것이 있는 상황에서 가치의 차이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단지 다름이 가치의 차이를 나타낸다하더라도 어느 것이 더 가치가 있는 지를 어떠한 요인에 의하여 부여할 수 있을까?   가치를 부여하는 요인으로 희소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항상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희소성이 있는 골동품은 물론 가치가 높지만 희소성이 있는 아프리카의 원주민 희귀종족도 가치가 높은가?  좀 더 실용적인 의미에서 무엇인가 다른 차별성이 항상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가?     


이러한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치는 주관적인가 객관적인가?  가치는 우리 인간이 부여하는 것인가 대상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인가?  심지어는 가치는 인간만이 부여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가치에 관한 모든 의문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의미가 있다면 같은 정도의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더 의미가 있는 의문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의문들은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또는 답을 얻기 위하여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대학생활은 여유를 가져야한다. 일생 중 가장 많은 의문을 갖고 생각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대학생활 동안 천천히 생각해 볼까?  가치?????????????  


전승준(이과대 교수·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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