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입사 경쟁률 수백대 일 

 [1504호] 2005년 04월 04일 (월) 00:00:00 고대신문kunews@kunews.ac.kr 

 최근 국내 경제 침체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한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실업률이 상당히 높고 특히 청년의 실업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특히 대기업의 경쟁률은 수십 심지어 수백 대 일을 보인다고 한다. 제자들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자주 보인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조금 기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부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시공간상 원활한 정보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취업 예정인 제자들과 대화 중에 많은 학생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거의 모든 대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응시서류를 보내고 우수하다는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수의 회사에서 동시에 합격 통지를 받는다고 하면서 우수한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필자 생각에도 1년에 일자리를 구하는 총 학생 수 대비 기업의 모집 총 사원수의 비율이 진정한 경쟁률이 될 것이고 이는 틀림없이 수백 대 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교수를 새로 선발하려고 하면 경쟁률이 보통 수십 대 일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선발하려는 대학의 수가 적고 지원자가 많아서 일어날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신입사원을 모집하려는 회사가 100개 있고, 지원자가 100명이 있다고 하자.  이런 경우 문제는 매우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00명의 지원자와 100개의 회사, 따라서 경쟁률 1:1이고 모든 회사에 모두가 취업할 수 있으니 정말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매우 이상하게도 경쟁률이 회사마다 100:1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지원자의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면 결국 회사들마다 한 명을 선발하려고 하고 지원자와 회사가 서로 찾게 되는 과정이 조금 복잡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모든 지원자가 자기의 회사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지원자의 수준이 차이가 나고 심지어는 1등에서 100등까지 완전히 일렬로 세울 수 있다고 하면 문제가 약간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모든 회사들에서는 사장이 조금 괴팍하지 않은 이상 1등을 선발하려고 할 것이고, 따라서 100개의 회사는 우선 1등 지원자에게 선정되었음을 통보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회사는 1등 지원자로부터 취업에 대한 답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1등 지원자가 회사를 결정하면 다음 99개 회사는 모두 2등 지원자에게 선정을 통보하고 답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 2등 지원자가 회사를 정하면 나머지 98개 회사는 3등 지원자에게 선정을 통보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이상적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역시 100개의 회사에 100명의 지원자가 모두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다. (입학처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입시 때의 경험과 비슷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회사 입사에서는 이러한 경우도 잘 안 일어 날 것 같다.  왜냐하면 지원자의 등수가 회사의 등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회사로서는 비록 회사의 우열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회사들은 몇 명의 우수한 지원자에게 선정을 통보한 다음 아무도 오지 않으면 신입사원 채용을 포기하고 말 것 같다.  그리고 사원을 선발하지 않은 회사는 아마도 우수한 지원자가 없다고 불평을 하고, 지원자는 소수만 회사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실업자로 남을 것이다. 


 앞의 모형은 상황을 너무 단순화하여 실제의 상황보다 매우 과장되었지만 무엇인가 우리가 가르쳐 주는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모형에 있을지 모르겠다.  앞에서 문제가 없는 양 극단의 경우가 있는데 한 극단은 모든 사람이 능력이 같고 회사의 여건도 동일한 경우이다. 어떤 회사도 어느 지원자를 채용하건 마찬가지다. 다른 극단은 지원자능력과 회사의 여건이 일렬로 세워질 수 있고 지원자와 회사가 이를 서로 알도록 하여 1등 지원자는 1등 회사에 가고 2등지원자는 2등 회사에 가게 되는 경우다. 현실은 이 사이에 어는 지점을 찾아야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어떤 쪽을 지향해야 할까?



전승준 교수(이과대·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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