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9 -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물리학과 道가 만날 때
[1594호] 2008년 09월 21일 (일) 11:02:36 고대신문kunews@kunews.ac.kr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서문에서 동양의 고승이나 도사가 도(道)를 깨치는 순간과 비슷한, 늦여름 오후 해변에 앉아서 파도를 바라보다가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원문 제목을 직역하면 ‘물리학의 도’이다. ‘도’는 동양사상의 일면을 나타내는 중요한 단어이다. 단순하게 ‘사람의 도리’를 말하기도 하고 ‘도를 깨친다’고 할 때와 같이 심오한 철학적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는 동양사상의 핵심을 표현하지만 서양사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교류와 상대에 끼친 영향은 주로 인문학, 사회과학의 관심 대상이었다. 인류 문명사에서 주요한 발명품인 화약, 종이, 인쇄술, 나침반이 모두 동양에서 유래하였지만 서양에 전파되고 더욱 발전하여 서구 근대 문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근대 과학혁명은 16세기 이후 서구의 근대화에 의한 물질문명 발전에 중요한 한 축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발전한 서양의 과학기술은 동양 과학기술 발전에 매우 제한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이 책에서 20세기 들어와 아이슈타인 이후 발전한 현대 물리학은 2000년 이전에 형성된 동양 철학의 관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발간 당시 이후 서구 과학과 동양사상의 소통을 다루는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이 되었다.
서구 사상은 그리스 이후 기본요소로 마음과 물질, 육체와 영혼이라는 이원론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이러한 정신.물질 이원론적 사상의 발전이 근대과학의 탄생을 선행하였으며 물질이라는 독립된 영역위에 고전물리학과 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서양 관점과 대조적으로 동양의 세계관은 유기적인 것으로 모든 사물과 사건들은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다 같은 궁극적인 실제의 다른 양상이라고 간주한다. 동양사상에서 자연계는 무한히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로서 사건이 정연한 순서대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데 어울려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한 존재 자체의 이해가 동양사상의 중심이고 ‘도를 깨치는 것’과 같은 신비스런 체험의 주된 특징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현대 물리학은 미시적 원자세계를 서술하는 양자론과 거시적 우주에 관한 상대성이론에 의하여 특징 지워진다. 이 두 이론에서 자연은 본질적으로 항상 관찰자를 포함하는 역동적이며 불가분의 전체로서 체험되기 때문에, 현대물리학은 자연을 관찰자와 무관한 객관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고전물리학이나 근대의 서구적 세계관과 다르게 자연의 모든 현상을 기본적인 전일성(oneness)의 나타남으로 간주하는 동양적 세계관과 유사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책은 과학자인 저자가 이해하는 힌두교, 불교, 도교, 유교, 선 등의 동양 종교와 사상의 특징을 분석적인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후반부의 저자 전공인 소립자 물리학 이론들을 주역 등 동양사상과 연관시키는 부분은 일반인에게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가끔 인용하는 동양 현인의 말씀들은 저자의 동양사상 이해의 폭을 짐작하게 하고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하나 소개하면, 과학을 넘어서는 아친타(acinda, 無思議)의 세계는 완전한 앎으로서 말로 소통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노자의 도덕경 말씀을 인용한다. ‘참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참 알고 있지 않다.(知者不言 言者不知)’
글/ 전승준 교수 (이과대 화학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원제: The Tao of Physics
번역판 출판사 : 범양사 출판년도 : 2006 (개정판)
저자 :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역자 : 김용정, 이성범
(원서 1판 1975년, 2판 1983 David Higham Associates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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