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세평]고장 난 시계와 큰 성공 

전승준 이과대 교수 화학과 

 [1726호] 2013년 06월 03일 (월) 14:52:04 고대신문news@kukey.com 

    

전승준 이과대 교수·화학과

  본교 서관 시계탑의 시계가 요새는 잘 가는 것 같다. 오래 전 언젠가 고장이 나 상당기간 동안 서 있었던 적이 기억에 있다. 한 동안 숫자로 표시되는 디지털의 시계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시계 바늘이 돌아가는 시계가 다시 주류이다. 많은 문학작품에서 표현하듯이 우리는 시간이 마치 물과 유사하게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흐르는 것일까? 우리가 시간을 의식하는 것은 주기적인 자연 환경에 의한 것이다. 즉 주기성에 의해서 흐름을 느낀다. 만약 자연과 완전히 격리된 동굴에서 태어나 생활한다면 시간을 못 느낄 것이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인류는 지구의 자전에 의한 하루주기, 지구가 해 주위를 공전하는 일년주기, 그리고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한 달 주기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양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다양한 원리에 의한 시계가 고안되었다. 진자시계부터 최근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시계까지 주기성을 원리로 고안된 것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성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성공이 무엇인가는 불분명하다. 아이에게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물어보면 가장 흔한 답이 대통령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는 가장 닮고 싶은 사람으로 김연아와 같은 운동선수, 유재석과 같은 연예인이 꼽힌다는데 이들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가장 부자인 재벌 오너들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선구적인 무엇인가를 이룩하기 보다는 일종의 패스트 팔로워로서 성공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삼성이 애플을 추월했다고 하지만 이건희를 스티브잡스보다 더 성공한 인물로 평가하지는 않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볼 때 성공은 재능을 밑천삼아 거의 무(無)에서 무한대의 결과를 얻어내는 경우인 것 같다. 수학적으로 무한대의 결과를 얻는 한 가지 방법은 임의의 수를 영으로 나누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수라도 영으로 나누면 무한대의 결과가 나온다. 수학에서나 수학적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 이를 특이점(singular point)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가 아마도 큰 성공과 유사하지 않을까 한다.


  고장 나 서 있는 시계가 비록 하루에 두 번 뿐이지만 무한대의 정확도로 시각을 가리키는 유일한 시계이며, 큰 성공이란 바로 그러한 것과 닮아 있다. 시계의 정확도는 참값에 가까운 정도이다. 측정을 하여 값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때 참값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오차를 같이 표현한다. 아무리 잘 작동하는 시계라도 항상 오차가 있다. 태양과 지구의 주기적인 운동에 의한 자연 시간의 참값을 시계가 나타내지만 가장 정확하다는 원자시계조차도 매우 적지만 오차는 있다. 그러므로 작동하는 시계는 무한대의 정확도로 시각을 나타낼 수 없고, 정지해 있는 시계만이 비록 하루에 두 번이지만 무한대의 정확도로 자연시계의 참값을 나타낸다. 


  인류 문명이 계속 진보하는가는 문명 연구의 중요한 주제이다. 계속 진보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특히 동양에서는 진보보다는 주기적인 변화라는 생각도 있다. 주기가 짧기에 주기적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분야가 패션이다. 여자 치마의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하고, 유행하는 색들이 계속 변하지만 예전에 유행했던 색이 다시 유행한다. 지속적인 작은 성공을 하기 좋은 방법은 패스트 팔로워이다. 그러나 선두가 하는 것이 무언가를 주시하고 모방하는 팔로워가 큰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큰 성공은 오히려 하루에 두 번만 정확한 시각을 가리키는 고장 난 시계처럼 유행을 따르지 않고 묵묵히 한 곳에서 때를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 큰 성공은 오차가 영이 되어 무한대로 정확한 시각을 가리키는 특이점과 유사하다. 따라서 큰 성공을 원하면 고장 난 시계처럼, 남들이 고장 났다고 비웃더라도 한 곳을 꾸준히 지키면서 다시 때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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